
평균의 종말
(<평균의 종말>(The End of Average), 토드 로즈 Todd Rose 저, 정미나 역, 21세기북스)
우리는 습관적으로 평균에 비교해서 자신과 타인을 평가한다. 평균 키, 평균 수명, 평균 학점, 평균이 정상이고, 이걸 벗어나면 비정상으로 느끼게 되거나 혹은 평균보다 높으면 우월감을, 낮으면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평균 이란 무엇일까? 평균에 대한 통념을 논리적으로 뒤집으며 개개 인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책 평균의 종말을 소개한다.
1940년대 미 공군은 전투기 조종석을 설계하기 위해 조종사 4천여 명을 대상으로 키, 가슴둘레 팔, 길이 등 신체 지수를 측정하고 평균값을 계산하였다. 결과는 의외였는데, 대부분 평균 범위에 들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10개 항목 가운데 임의로 3개 항목만을 골라서, 이를테면 목둘레, 허벅지 둘레, 허리둘레만을 고르는 식으로 비교해본 결과에서도 3개의 전체 항목에서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 비율이 채 3.5%도 안 됐다. 한마디로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던 것이었다.
평균 수치 시스템은 실패하였고, 개인 맞춤형 설계에 들어선 결과 다양한 체격에 맞추도록 조절 가능한 시트와 헬멧 조임끈 등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인 저자의 주장은 단순하였다.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평균적인 신체 치수, 평균적인 재능, 평균적인 지능도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국 신경과학자 마이클 밀러는 실험을 통해, 특정 자극에 대해 뇌가 반응하는 뇌 활동을 스캔하였는데, 기대와 달리 대다수가 평균적 모양을 크게 벗어나 있었다. 오히려 각자의 차이가 너무나 현저하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공통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어쩌다가 우리는 평균적 인간이라는 절대적 믿음을 갖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찾아냈다.
- 수학으로 인간을 분석하다.
그 공은 근대 통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벨기에 통계학자 아돌프 케틀레(Adolphe Quetelet)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원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그는 1840년대부터 각종 자료를 입수하여 인간 특징에 관한 평균 자료를 계산해낸다. 평균 키와 체중은 물론이고 평균 결혼연령, 평균 사망연령, 평균 출산 수, 평균 범죄발생건수, 평균 교육수준, 평균 자살률까지 계산하였다. 이른바 인류 역사상 처음 열린 빅데이터 시대였다.
그가 새로운 평균을 밝힐 때마다 정부와 대중을 경악했다. 매년 자살이 확실하게 일관된 규칙성을 띠고, 일어난다는 통계적 진실에 대해 매우 놀란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평균적 인간은 전형적 표본이었고, 평균에서 벗어난 개인은 일탈이었다. 그런 면에서 중산층 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시민이었다고 까지 생각했다. 그렇게 평균의 시대를 열었다. 평균이 정상이고, 과학이 그에 대한 정형화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 우월층과 저능층으로 분류
그 뒤에 1890년대 영국 수학자 프렌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평균이 바람직한 정상이 아니라 평범함에 불과하다고 설파하였다. 모름지기 여성들은 표준 여성이기를 바라지 말고 여왕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는 평균을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분류하였다.
평균이상: 우월층(Eminent)
평 균: 평범층(Mediocre)
평균이하: 저능층(Imbecile)
뿌리 깊게 우리에게 자리 잡은 평균 의식은 케틀레의 평균적 인간 개념과 골턴의 계층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미국에서 테일러(20C초 경영이론의 선구자)가 일으킨 테일러주의 즉 표준화를 통한 노동생산성 증대도 평균주의에 기반한다. 공장이 표준화되면서, 매뉴얼에 따라 누가 하든 똑같이 직무수행을 하도록 하면서 노동생산성을 높인 표준화시스템(Standardization)이다. 표준화는 일터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고 장인을 사라지게 하였으며 관리자를 등장시키게 하였다. 시스템을 기획하고 근로자를 감독하고 지휘할 브레인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것이 인류사의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작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즉 효율적인 테일러 식 일터에서 일할 평균적 학생을 기르는 표준 교육이 새로운 학교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천재, 예술가, 과학자를 기르기 위한 교육이 아니었다. 이제 학생들은 나이 별로 나눠져서 그룹별로 표준화된 시간에 같은 수업을 받는다. 학교 종이 바로 공장의 종을 흉내 낸 것이라고 한다.
미국 심리학자인 에드워드 손다이크(Edward Thorndike) 박사는 더 나아가 빠른 학습 성과를 보인 학생은 대학에 진학시켜 인재로 키우고 학습이 더딘 학생에겐 더 이상의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가 만든 학력 등급화 시스템은 쓰기, 읽기, 산술 등 표준화 시험으로 미 전역에 학교에 급속도로 채택되었다. 그의 구성에 따라 영재, 우등생, 특수교육 대상자 등 등급이 매겨졌고, 21세기 교육 시스템은 그 의도 하에 운영된다고 해도 된다고 자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이 모든 평균주의의 결과,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처럼 되되, 더 뛰어나려고 기를 쓰게 되었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개개의 인성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고 말이다. 자신의 고유 본성에 따라 자기 방식대로 배우고 발전하고 기회를 추구하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렇게 평균 주의는 근본적인 오류가 있으며 이제는 개개인학(Science of the individual)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들쭉날쭉의 원칙(인간의 재능은 다차원적)이다. 분석적인 면이 약하다고 지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분석이 아닌 시각적 재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즉 개인들은 재능이 다르고 재능을 발달시키는 경로, 시간도 다르다. 이를 무시한 평균적 접근법은 너무나 많은 개인의 잠재력을 잠재우기만 할 뿐이다.
둘째는 맥락의 원칙(인간의 행동은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다. 사람의 행동은 본질만이 아닌 상황에 따른 것이 더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향형, 외향형이라는 성격 특성에서는 둘 중 하나이여만 하였다. 하지만 개개인학 측면에서 어떤 학생을 예를 들면, 운동장에서는 내향적이고, 매점에서는 외향적이라는 개인의 특성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성실성이나 친절함 같은 성격 특성도 상당히 맥락 효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셋째는 경로의 원칙(인간마다 발달 경로가 상이)이다. 정상적인 교육 경로, 정상적인 직업 경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발달 경로는 다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학습 속도와 학습 능력이 같다 본 손다이크의 전제가 부당한 학습 시스템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이 나이순이 아니라 각자의 학습 속도에 맞춰 진도를 나갈 수 있다면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실제로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에서는 자신이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학습을 시키고 잘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개념을 학습시키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속도는 느렸지만 이후 학습에서는 빠르고 큰 성취를 보이게 되었다. (칸 아카데미는 2006년 살만 칸이 만든 비영리 교육 서비스로 초·중·고교 수준의 수학, 화학, 물리학부터 컴퓨터공학, 금융, 역사, 예술까지 4000여개의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내 2만여 개 학급에서 교육 자료로 쓰이고 있다.)
평균의 종말은 인재의 채용 과 선발 평가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러나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론적으론 맞을 수 있으나, 시간적, 비용적 측면에서 완전한 개개인성에 개개인학이 만들어 잘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개개인성으로 직원들을 선발하는 기업의 예(Costco, Zoho Corporation, Morning star)를 들으며 상생 자본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아마 작은 시작이 큰 물줄기를 만들고 미래에는 더 많은 개개인성을 직원을 뽑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고 이에 맞추어 개개인학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리라 의견에 동의한다.
책을 읽으며 창조자에 대한 생각(옳은 생각인지 모르지만)을 하게 되었다.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가 존재한다면, 평균적 인간만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도록 하였을까? 아니면 각각 다른 인간들이 존재하도록 하였을까? 아마 창조주는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였지만(창조론), 서로 다른 아담과 이브가 또 다른 인간을 낳아 궁극적으론 서로 다른 수십억명의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하지 않았을까(진화론)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김종일(독성학 박사, 비앤에이치웍스(화장품 개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