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물건이야기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 애니 래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김영사, 2011)
우리는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일상을 강제로 멈추어 자연이 되살아나는 걸 보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삶의 태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지구 온도 상승을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하는 일상도 변함이 없고, 우리가 먹고 입고 소비하며 버리는 쓰레기는 오히려 상당량 늘어났다.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게 없고 아무것도 가지고 갈 게 없는데, 참으로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면서 쓰고 버린다.
모든 생물이 소비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지만, 인간의 소비는 지나침이 과하다. 우리는 하루 동안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고, 또 얼마나 남겨서 버리고 있을까? 한해 동안 구매하는 옷은 얼마나 되고, 옷장에는 어떤 옷을 얼마나 놓아두고 있을까? 머무는 공간마다 일주일 동안 버려지는 비닐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디서 나와서 얼마나 많은 양이 쓰레기통으로 가고 있는 걸까?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가 의식주라는 기본적 필요를 취하면서 쓰고 버리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걸 알 수 있을까?
다른 생물과 달리 사람들은 물건 하나를 쓰더라도 가공, 폐기 과정을 더 거친다. 그래서 사용할 때 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취한다. 먹고 입고 쓰고 머물기 위해서, 바다와 산, 땅속, 숲을 해치며 자원을 추출하고 생산하는 것에 숨겨진 비용이 큰데, 그것은 고스란히 자원 고갈과 경제적 낭비와 심각한 환경파괴로 드러나고 있다. 복사하고 인쇄하는 동안 사용하는 종이 1톤을 위해, 2~3톤의 나무가 베고 각종 다른 자원들을 98톤이나 쓰는 것처럼, 우리는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 끝없이 ‘취하고 – 만들고 - 버리는’ 파괴적인 행위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과하게 만들지도 않았지만, 대부분 더 쓸 수 없을 때까지 사용했었다. 땅에서 나온 건 다시 땅으로 돌려 순환시켰고, 분뇨조차 거름으로 만들어 땅의 기운을 북돋웠다. 대부분 물건을 소중히 여겼고, 덕분에 집집이 손때 묻은 생활용품은 몇 점씩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물건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관심이 없고,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마법처럼 상점 선반에 올려놓아지는 물건을 사서 쓰기 바쁘고 제 수명도 다 되지 않은 것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한다. 어떤 물건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는 물론이거니와, 필요 이상의 것들을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사고 또 사며 다른 생명의 기본적 필요를 빼앗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고 입고 쓰고 있는 물건의 목록을 만들어놓고 살면 달라질 수 있을까? 자주 쓰는 물건이나, 늘 사용하지 않지만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목록을 만들어, 각각의 물건 이야기를 자세히 살피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목록을 만든 후 쓰고 있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추출하여 생산한 것이고, 유통되어 내게 오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면, 버릴 때는 그 물건이 버려져 어떻게 처리되는지 분명히 알게 된다면 행동을 달리 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건 하나하나를 살피면 누군가의 기본적 필요를 빼앗아온 사실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 5%의 사람들이 지구 자원의 30%를 소비하고, 전체 폐기물의 30%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될 것이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바라보다가 의문을 가진 애니 래너드는 20여 년 동안 물건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추적했다. 쓰레기의 근원은 물론, 물건과 소비, 환경의 영향을 물질경제의 다섯 단계로 살핀 그의 직접행동은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라는 동영상과 책에 잘 담겨져 있는데, 그 내용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물건의 숨겨져 있는 진실을 보여준다. 물건이 생산되면서 인권을 무시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것, 과대포장 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 온갖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유통시키는 것이 과대포장 된 것인데다 수명이 다 되지도 않았는데도 버려져 땅에 묻히고 바다에 버려진다. 때로는 해로운 연기로 공기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지하수를 무리하게 추출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페트병을 만드느라 자원을 낭비하고는 마신 후 바로 버려 다시 환경을 오염시키는 먹는 샘물을 생각하면, 수돗물을 마시며 그 사용량을 줄이는 것밖에 길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계속해서 새로 물건을 만들고, 사용하고, 버리다가는 지구를 파괴하고 우리 몸을 중독시킬 뿐 아니라 생존 자체가 지속불가능 하게 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물건을 비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비운 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물건으로 단순한 삶을 살려 애쓰며 물건을 함부로 대하거나 쉽게 버리지 않는 삶을 살려 한다. 실천하며, 물건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물론, 물건이 생산되어 유통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전 과정을 알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간소한 식사, 슬로패션, 친환경 공간에 머물며 미니멀 라이프를 살게 해주는 지지공동체를 찾아 연결짓기도 하고 새로 만들기도 한다.
사람은 그것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물건의 수만큼 부자라고 말한다(헨리 데이빗 소로우).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최소의 것으로 풍성히 사는 삶, 쓰레기제로의 삶을 살아 참 부자가 되고, 그들로 인해 모든 생명이 골고루 풍성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