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를 바꿀 순 없어도
(<각각의 계절>, 권여선, 문학동네, 2023)
우리의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 뭐 먹지?’, ‘오늘 뭐 입지?’ 같은 사소한 선택부터 학교, 직장, 연애, 결혼, 진로 등을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까지,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문제는 ‘나’가 결정한 선택이 언제나 ‘나’에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겼던 것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혹은 외부 환경 때문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때도 있다.
그래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꾸고 싶은 과거의 순간이 하나쯤은 존재한다. 그때마다 인간은 ‘만약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만약 내가 그 사건을 겪지 않았더라면....’ 등과 같은 생각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바꾸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예술 작품이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았다. 세계고전문학부터 마블과 DC코믹스로 대표되는 현대 히어로 영화까지, 주인공들은 자신의 과거를 바꾸거나 현재 삶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하는 모든 주인공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과거의 사소한 것이라도 바꾸면 모든 것이 뒤바뀐다’라는 사실이다. 주인공들은 과거의 한순간만 바꾸길 원했지만, 그 한순간을 바꾸는 순간 세계의 모든 것이 뒤바뀌고 만다. 그 결과 주인공들은 자신이 바라던 현재에 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빠지고 만다.
이러한 작품들을 볼 때마다 내 마음 속엔 늘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술이 생겨도 과거를 바꾸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후회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예전에 했던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까?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집 <각각의 계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이런 질문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나의 현재 모습은 왜 이런가? 과거가 바뀌었다면 현재 내 모습도 달라질 수 있었을까? 과거에 꼬였던 문제들을 이제와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소설 속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오래전 젊은 날에, 걸리는 족족 희망을 절망으로, 삶을 죽음으로 바꾸며 살아가던 잿빛 거미 같은 나를 읽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니, 그런 사람을, 나를 알아본 그 사람을, 내 등을 두드리며 그러지 마, 그러지 마, 달래던 그 사람을 내가 마주 알아보고 인사하고 빙글 돌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 사람은 나와 춤추면서 넌 거미가 아니라고, 너는 지금 스스로에게 덫을 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작고 딱딱한 결정체로 만족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는 더 풍성하고 생동적인 삶을 욕망할 수 있다고, 이 그물에서 도망치라고 말해주었을까. 나는 그 말에 귀를 기울였을까. 그 뜻을 알아채고 울었을까. 수박 앞에서가 아니라 일기 상자 앞에서, 두 겹의 차원이 동일한 무늬로 만나는 날 숲속 식당에 가자는 편지를 읽고 내가 울 수도 있었을까.”(241)
그러나 <각각의 계절>에 나오는 인물 중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지도, 과거를 바꾸지도 못한다. 그들은 그저 과거를 회상하며 과거의 일들을, 과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뿐이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새로운 길이 열린다. 이들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는다. 그들은 새롭게 보고 깨달은 것을 통해 과거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과거와 현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쓰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권여선 작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