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딩: 나다움을 더 뾰족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일>, 전우성 저, 북스톤, 2023)
자,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보자. 당신의 휴대폰은 삼성이나 애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두 회사는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무엇이 다를까? 이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 정 중앙에 ‘사과 마크’, 혹은 ‘삼성 레터링’! 어느 것이 있기를 바라는가? 사과 마크가 있다면 멋진 MZ 패션이, 삼성 마크가 있다면 서비스센터 직원 룩이 완성되지 않겠는가? 물론, 다분히 주관적인 필자의 생각일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 두 로고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도, 교회도, 회사도, 속한 공동체도 각각 담고 있는 이미지와 가치가 다르다. 그리고 이 차이에 따라서 접근 가능한 대상과 풀어낼 수 있는 일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아이덴티티가 무엇인지’,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은 어떠한지’ 그리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어떤 방향을 향해 지속적으로 나아갈 것인지’.
이 모든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필자는 ‘우리 교회를 어떻게 세워갈까?’라는 질문을 하며 브랜딩과 관련된 많은 책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이 책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브랜딩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에세이이다. 저자 전우성은 국내 대기업을 거쳐 스타트업 회사까지 차별화된 전략으로 팬심 강한 브랜드를 키워온 디렉터이다. 그의 앞선 책,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와 함께 읽는다면 브랜딩에 관련된 기본 이해와 접근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브랜딩이 연애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결국, 브랜딩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빼앗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첫째는 외모일 수 있겠다. 그러나 외모만으로 사랑에 빠지진 않는다. 태도, 스타일, 행동, 가치관, 목소리 등 수많은 조건과 변수가 작용한다. 브랜딩도 마찬가지! 디자인과 성능만 좋다고 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한가지 매력을 넘어서는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우리 공동체는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어필하여 그를 매료시킬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접근을 단순한 경제 논리나 자본주의 마케팅으로 여기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고, 팬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경험’이다. 우리는 저들과 다른 어떤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가?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단 하나만 소개할 수 있다면, 그 한 가지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예로, 장기하라는 브랜드를 소개한다. 장기하의 음악, 퍼포먼스, 가사와 전달, 분위기 등은 확실히 다른 뮤지션과 다르다.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고 말할 수 있다. 장기하는 다른 가수에 비해 가창력이 뛰어나거나 독보적인 무대매너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팬덤을 만들고 중독되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저자는 이것을 ‘차별성 + 일관성’이란 말로 풀어낸다. 그렇다. 먼저는 ‘다른 것’이 중요하고, 다음은 ‘일관성’ 있게 ‘지속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장기하의 인터뷰 내용이다. “(저는)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건 다 포기해요. 세상에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잘하지 못하면 고통 받으니 신속하게 단념하는 거죠……. 최고가 없으면서 내가 1등 할 수 있는 분야는 개성이라는 걸.”(64쪽)
이 책을 요약하고, 또 요약해서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란, 내 독특함을 뾰족하게 만들어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보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뻔뻔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나답게’ 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 교회는 수많은 교회 중 어떤 색깔의 신앙 공동체일까?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어떠한가? 더 나답게! 그것을 더욱 예리하게 갈고 닦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그것을 공동체 속에서 녹여내는 ‘브랜딩’을 시작해보길 바란다.
신동훈 목사 (마포 꿈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