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인가? 한국의 하나님인가?

(<신앙과 현실>, 판넨베르크, 종문화사, 2022)

   이번에 소개할 책은 판넨베르크의 신앙과 현실이다. 이 책은 판넨베르크의 초기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초기저서에 비해서 판넨베르크의 신학적 사상이 많이 담겨있다. 아무래도 판넨베르크의 신학적 단초들은 이미 초기에 완성된 것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방대한 내용에 비해서 책 자체는 생각보다 얇은 편이라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의 두께만큼 부담감을 가지게 한다. 많은 독자들이 알겠지만 판넨베르크의 조직신학 시리즈는 상당하게 내용이 방대하므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겠지만 이번 책은 그에 비해서 내용이 적절하니까 편한 마음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바란다. 

   언젠가 학생들을 데리고 성경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구약을 다루면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이야기하니까 이내 학생들은 자신이 왜 이스라엘의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말은 결국 하나님이 왜 나의 하나님인지를 해명해야 한다는 핵심적인 질문이다. 오랫동안 그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굉장히 정답으로 말하면 복음이기에 믿음으로 인하여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을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즉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되는 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판넨베르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대답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판넨베르크는 현실을 성서적으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 현사실적인 현실을 성서에 나타나는 이스라엘 백성의 현실과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그 사실은 이스라엘 백성이 역사적으로 체험한 사건들과 지금 현 순간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신실함을 통해서 새로운 사건 속에서 과거의 사건을 붙잡게 된다. 

   따라서 하나님이 현실에서 드러나는 자기 해명의 계시는 이스라엘 백성이 체험하는 현실과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현실은 하나님이 활동하시는 역사 그 자체이다. 성서적 현실이해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와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현실이 동일한 하나님의 지평에 놓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여전히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함으로 인해 시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현실이해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된다는 중요한 지점에 도달하게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신실함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그 사실은 여전히 선한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많은 역사종교 사이 신적 현현이 다양한  경험 구조로 드러나는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자기 해명은 하나의 부분이 아니라 절대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이해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지평까지 포함해야 한다. 

   하나님의 자기 해명은 결국 최종적인 역사의 종말에서 드러나게 된다. 그전까지는 하나님의 계시는 단지 간접적이고 일부일 뿐이며 우리는 그것을 신적인 현현으로 체험한다. 그렇기에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파편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의 삶에서 나타난 십자가 사건과 부활로 인하여 역사적 종말이 미리 성취된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자기 해명으로서의 계시는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국에 사는 그리스도인은 이 사실을 믿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하나님은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본질적인 나의 하나님이 된다. 

이경우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