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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79]
 
 
 
     
 
 
 
작성일 : 23-10-11 00:21
   
소금
 글쓴이 : dangdang
조회 : 3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232 [96]



소금 

 

<소금>, 박범신, 한겨레출판, 2013

 

<소금>은 박범신 작가가 데뷔 만 40년이 되는 해에 펴낸 40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날 아침 한 염부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염부는 다음 날 있을 아들의 졸업식에 가려고 햇빛 속에서 대파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도 염전을 비울 수 없는 나날이었지만 새벽부터 나와 점심조차 변변히 먹지 못한 채 일했을 아버지였습니다. 드넓은 소금밭에서 대파질하는 사람은 아버지 혼자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등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구부러져 있었습니다. 그 무렵의 아버지는 몸도 좋지 않았습니다. 허리가 안 좋아 큰 힘을 쓰기 어려웠고, 피부는 고약처럼 타들어가는 중이었습니다. 20킬로 소금 한 자루만 지고 일어날 때도 다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하던 아버지는 소금 더께 위로 엎어져서 영영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염전은 극한 노동의 현장을 상징합니다. 소금을 얻기 위해 뜨거운 햇빛 속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일해야 하는 곳입니다. 손과 발은 간고등어처럼 늘 소금에 절여져 있었을 것입니다. 그의 죽음 앞에서 사복형사가 말합니다. “햇빛이 죽인 거지. 소금이 죽인 거지. 그래도 모르겠어요? 소금 만드는 양반들이. 참 뭘 모르네. 안 먹고 땀만 많이 흘리면 몸속의 소금기가 속속 빠져 달아나요. 이 양반, 몸속 염분이 부족해 실신해 쓰러졌던 거예요. 만들기만 하면 뭐해요. 자기 몸속의 소금은 챙기지 못하면서!”

 

작가는 소금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본의 폭력적 구조에 희생되는 아버지와 그 속에서 취약하게 흔들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정작 죽는 줄도 모르고 땀을 흘리며 일하는 아버지, 조금이라도 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직장에서 몸이 부서져라 씨름하는 아버지들은 오늘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의 소설에는 ‘빨대’라는 소재도 등장하는데 아버지의 등에는 여러 개의 빨대가 꽂혀 있습니다. 빨아먹을 것이 없는 상태가 되면, 즉 생산성을 상실한 사람이 되면 외면당하고 버림받는 존재가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모습입니다. 

 

그의 소설 중에 스무 번째 맞는 셋째 딸의 생일에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녁 파티가 열립니다. 방배동 일식집 부주방장을 집으로 불러 요리를 하게 합니다. 딸의 친구들이 초청되었습니다. 바깥에는 눈이 오고 있었습니다. 딸은 눈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며 창유리에 잠시 이마를 댑니다. 그때 비탈길을 올라오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늘 들고 다니는 검정 가방을 들고 있었습니다. 검은 외투 차림이었고, 멀고 먼 풍진 세상을 걸어온 듯 힘들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요리 냄새 진동하고, 흥겨움에 젖은 집안 모습과 검은 가방을 들고 비탈길을 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이 대비됩니다. 

 

‘비탈길’ ‘(늘 들고 다니는) 검정 가방’ ‘검정 외투’의 이미지를 생각해봅니다. 비탈길은 늘 헉헉대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검정 가방과 검정 외투는 죽음의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모두가 지치고 힘겨운 세상입니다. 좀 더 따듯한 눈길과 손길과 사랑으로 서로를 품어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이기철(응암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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