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위한 종교인가
(<누구를 위한 종교인가-종교와 심리학의 만남>, 권수영 지음, 책세상, 2006)
일반적으로 종교는 평화와 안녕을 추구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종교적 가치에 반하는 종교계의 모습, 예를 들어 성전(聖戰)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전쟁, 종파의 분열, 일부 성직자의 범죄 등을 접하면서 종교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책은 종교 자체에서 종교인에게로 논의의 방향을 전환해야만 이러한 종교의 병리 현상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와 심리학을 접목한 종교심리학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라 인간을 통해 여과된 종교성의 다양한 사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종교와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을 마련한다. 이는 그동안 종교에 함몰되었던 인간의 심리와 역할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왜곡된 종교상을 바로잡고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온 저자는, 종교라는 노래보다 이를 노래하는 인간이라는 가수들의 세계가 훨씬 더 흥미롭다고 말한다. 노래 자체가 아니라 그 노래를 해석하는 ‘나’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종교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종교를 제대로 불러줄 수 있는 가수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가수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종교라는 이름의 노래를 부르는 다양한 가수들을 이해하는 일에 다각적인 심리학적 접근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 종교와 심리학, 그 쌩뚱맞은 만남을 위한 해석학
1장, 종교와 심리학, 그 태초의 밀월 관계를 찾아서
2장, 종교성, 과연 도덕성과 함께 성숙할 수 있는가
3장, 종교인, 왜 갈라지는가
4장, 종교인, 왜 폭도로 둔갑하는가
5장, 영성, 한국적일 수 있는가
맺는 말 – 종교와 심리학, 또 다른 100년을 향하여
저자는 한 인간이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에서 종교와 발달심리학의 통합적인 만남이 귀중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종교성의 갈래라는 설명에서, 미국 사회에서는 종교적 신앙에 대해 ‘뿌리’라기 보다는 ‘열매’라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적 태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 기독교 종파의 다양한 모습도 사회참여를 중시하는 기독교인과 내면적인 신앙을 강조하는 기독교인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종교성의 내재성과 외재성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를 위한 명상보다 타인이나 공동체, 혹은 나를 위한 명상이 더욱더 한국적인 참살이요 영성이라고 하면서, 한국의 모든 종교인들이 자신의 내면적 평안을 간구하는 심리적인 웰빙보다 타인이나 사회에 보다 적극적인 평화를 갈구하는 공동체 지향적인 참살이를 추구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한다. 또한 종교라는 이름으로 분열과 폭력이 자행되는 오늘날, 자신의 종교성의 내면적 기능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종교로 포장된 심리적인 억압을 과감하게 걷어내는 종교인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종교라는 노래보다 이를 노래하는 인간이라는 가수들의 세계가 훨씬 더 흥미롭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사람들은 ‘내가 부르는 베르디 가곡’이 아니라, ‘베르디 가곡을 부르는 나’를 원한다는 것이다. 노래 자체가 아니라 그 노래를 해석하는 ‘나’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종교가 아무리 훌륭해도 종교를 제대로 불러줄 수 있는 가수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노래를 제대로 부르고 있는가? 노래를 제멋대로 편곡하여 노래를 망치고 있지는 않는지...
권종철 목사 (예수마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