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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0-25 00:41
   
또 다른 ‘고문당한 살’에 대해서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304 [87]


 

또 다른 ‘고문당한 살’에 대해서

 

(<더티 워크>, 이얼 프레스, 오윤성, 한겨레출판사, 2023)

 

“잘 사는 계층은 더티 워크를 다른 사람에게, 선택지와 기회가 적은 계층에게 떠맡길 수 있음을 잘 알고 그들 자신은 더러운 노동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이 불평등의 결과로, 낙인, 수치, 트라우마, 도덕적 외상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일련의 외상은 가난한 계층에 집중된다.”(459)

 

  수년전 이얼 프레스의 <양심을 보았다>는 르포르타주를 흥미롭게 읽은 바 있다. ‘악의 평범성’과 대칭될 법한, ‘선의 평범성’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이름 없는 시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덕적 용기를 발휘하는 서사들이 매끄럽게 묘사되어 있었다. 유력한 이들의 전기를 읽는 것도 유익하지만,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소시민들이 선을 행하는 이야기들이 더 깊은 울림을 선사해주는 듯하다.

 

  이얼 프레스의 최근작인 <더티 워크>도 기본적으로 탐사보도의 형식을 취한다. 외래어를 의역하지 않고 음역해야 그 의미가 잘 살 때가 있다. ‘더티 워크’가 그러하다. 단순히 노동내용이 지저분하다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오염되었다는 함의이다.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 개념인데, 우리말역본에 붙은 부제를 보면 더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더티 워크>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민영화, 계층과 인종 및 지역차별, 비밀주의 등의 근간 위에서 연쇄적으로 작동되는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고발하는 글인 까닭이다. 주요한 지점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나는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20)에 의해 그 역학이 고착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낙인이다. 불의를 외면하는 것, 특정 집단을 혐오하며 비인간화하는 것, 민주주의는 그렇게 퇴보한다.

 

“더티 워크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들의 행위를 지속시키는 권력의 움직임과 복잡한 공모 관계를 감추는 데 유용하다. 또한 누가 그 일을 맡을지 결정하는 구조적 차별이 은폐될 수 있다.”(26)

 

“미국에서 더티 워크가 펼쳐지는 곳은 바로 '무대의 뒤편'이다. … 이 비가시성은 물리적 장벽을 통해 유지되고 법적 방벽을 통해 강화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방벽은 우리 자신이 세우는 방벽일 것이다. 자신이 어떤 일을 용인하고 있는지 깨닫고 불편해하지 않게 막아주는 우리 머릿속의 여과기 말이다.”(33)

 

  <더티 워크>는 민간 교도소 정신병동 교도관, 드론 전투원, 도축 노동자, 시추선 노동자 등의 특수 직업군을 언급한다. 대체로 대한민국 정서에는 생경한 직무들이지만, 그 속에 은밀하게 작동하는 기제만큼은 전혀 낯설지 않다. 어느 사회나 취약한 이들에게 떠맡겨지는 노동들이 있다. 노동자는 제대로 된 산업재해 보상도 받지 못하고, 고용주는 그 불결한 환경을 개선할 필요를 외면한다. 보다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고분고분한 외국인에게 대체될까 두려워하는 본토박이 저숙련 노동자들의 계급 불안과 인종차별이 뒤섞여, 이주민들은 사회적 더러움을 획득한다.”(284)

 

“관리자의 만성적인 홀대는 노동자의 존엄성, 자존심, 정의감을 위협하기에 정신을 다치게 한다.”(297)

 

“더티 워크는 그 일을 하는 개인만을 더럽히지 않는다. 그 사람이 속한 가족과 지역사회 전체를 더럽히고, 그가 만나고 교류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과 기억에 오래도록 흔적을 남긴다.”(411)

 

  요즘 많은 회사에서는 민감한 정보가 세어나가지 말라고 비밀유지계약을 맺는다. 어떠한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부유한 이들의 죄의식을 덜어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글>의 저자 업튼 싱클레어는 노동착취 시스템이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고발하며, “대중의 심장을 노렸으나 뜻하지 않게 대중의 위장만을 강타했다”고 자조한 바 있다.(289에서 재인용) 윤리적 소비의 이면이 이것이다. “부유한 소비자는 공장식 축산에서 벌어지는 불순하고 더러운 관행에 가담하는 기분을 돈으로 떨쳐낼 수 있다.”(359) 

 

  “나는 저런 불행을 겪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얄팍한 감상은 지양해야 한다. 값싼 동정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생명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을 믿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은 바로 그러한 믿음이다.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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