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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0-20 04:33
   
흔하디 흔한 열두제자 이야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278 [81]



흔하디 흔한 열두제자 이야기

 

(<열두 제자 이야기>, 이진경, kmc, 2023)

 

 이 책과 처음 만났을 때를 돌아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열두 제자’라는 제목을 보고선 흔하디흔한 주제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기 때문이다. 정작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더듬더듬 그 이름을 제대로 나열하지도 못할 거면서.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나만의 착각은 책을 읽어갈수록 시종일관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소환했다. 

 

 처음엔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예수님의 곁에서 함께 삶을 나눴을 뿐만 아니라, 교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열두 제자들에 대해서 이렇게나 모르고 있었다니 말이다. 하지만 진짜 부끄러움은 책의 챕터가 더해 갈수록 제자들의 상황에 감정이입 되는 과정 속에서 나를 찾아왔다. 매 순간 예수님과 함께했지만, 각자의 목적에 사로잡혀 동상이몽 했던 제자들. 위기의 순간에 공포에 질려 절망했고, 결국은 스승을 버리고 도망했던 제자들의 부끄러운 모습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현실의 우리는 얼마나 무력하고 부끄러운 존재인가. 어쩌면 그리스도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이 부끄러움의 감정을 매 순간 마주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제자들이 절절하게 느꼈던 부끄러움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순간이 바로 그리스도교의 역사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이었다는 사실이다. 

   

 다혈질의 수제자 베드로 / 의심 많은 도마 / 헬라식 이름을 갖고 있는 빌립 / 신념에 갇혀 스승을 배신한 가롯유다 / 로마의 부역자 세리 마태 /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순교한 바돌로매 / 형과는 너무나 달랐던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 / 존재감이 없는 다대오(누가복음에서는 야고보의 아들 유다) / 정체가 모호한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 열혈당원 시몬 / 예수님과 늘 함께했던 세배데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책 <열두 제자 이야기>는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을 심도 있게 상상해보고, 추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알다시피 성서 속에서 제자들의 분량은 베드로, 요한, 야고보 등 몇몇에게 편중되어 있기때문에 애초에 12명 모두를 다뤄야 하는 저자의 고심이 상당했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저자는 성서 내외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학적, 역사적, 문학적 기록을 탐구하고, 때론 대중문화 속에 드러난 제자들의 모습까지 복기하며 평면적인 제자들에게 각자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명확하게 부여하고 있다. 이는 마치 ‘나영석 사단’의 TV예능 프로그램을 방불케 할 만큼 흥미롭고, 인상적으로 제자들의 삶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쾌거를 보여준다. 

 

 이 책이 지니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던 제자들의 흔적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성서의 ‘문자 너머’에 있는 제자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제자는 성서 속에서 단 한 구절에만 등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이름만 명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각고의 노력을 다하여 자칫 이름 석자를 끝으로 지나칠 법한 위대한 사도의 삶을 생생하게 살려낼 뿐만 아니라, 현실 속 우리와의 연결지점을 마련한다. 이름, 지역, 부모, 별명 등 소소한 단서를 추적하여 당대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빚어낸 제자의 캐릭터와 삶의 행보는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이러한 성서연구와 해석학적 방법론은 꼭 제자들의 이야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성서 전반을 통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성서의 문자 너머에 존재하고 있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우리의 삶과 연결시키는 작업은 결국 교회가 매 시대에 걸쳐 끊임없이 해야 할 역할이자 사명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자는 12명이라는 숫자에 머무르지 않고 그 ‘숫자 너머’에 있는 제자들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에필로그에서는 사도 바울과 여성 제자 막달라 마리아를 소개하면서 12라는 숫자(이데올로기)에 가려진 또 다른 제자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때론 이방인으로, 때론 여성이라 불려졌던 당대의 평범한 사람들. 알고 보면 ‘숫자 너머’의 제자들을 통해 끊임없이 예수님의 복음은 실천되고 전달되어 왔다. 그리고 그 숫자 너머의 영역은 오늘 날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발걸음으로 이어진다. 

 

 흔하디 흔하다고 생각했던 열두 제자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평범하고, 소소한 나의 발걸음을 통해 역사하실 새로운 이야기 또한 더욱 기대가 된다. 

 

 라오스에서 이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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