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기도의 비밀
<잃어버린 기도의 비밀, 그렉 브레이든 지음, 황소연 옮김, 김영사, 2021
책 제목만 보면 마치 기도의 영적인 세계에 대해 깊은 지식과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신과 소통할 수 있는 통찰력 있는 기도의 방법에 대하여 언급할 것 같지만, 저자 그렉 브레이든이 말하는 기도는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전통적이고 영적인 기도와 그 궤가 많이 다르다. 하지만 기도에 대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전거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나 지질학을 전공하고 시스코 시스템즈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서 컴퓨터 시스템 디자이너로 일하며 기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1991년 이후 마음속 열망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을 기도로 정의하고 그 방법을 찾아 지구 곳곳을 여행하고 고대 문헌과 과학 자료를 연구했는데, <신성한 코드> <프랙털 타임> <디바인 매트릭스> 등을 펴내면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종교 분야의 노벨상인 템플턴상 후보에 올랐다.
저자는 사람의 마음속 열망이 현실로 되도록 하는 방법을 기도로 정의하면서 현대의 학자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형태의 기도를 아우르기 위해 4가지 범주로 나눴다고 썼다. 첫째, 격식이 없는 일상적인 기도, 둘째, 간청하는 기도, 셋째, 예배 의식에서 행해지는 기도, 넷째 명상적인 기도인데 학자들은 어떤 기도든 적어도 이 4가지 범주 중 하나에 속하거나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학자들이 정한 4가지 범주에 속하지 않지만, 충분히 효과가 있는 다른 형태의 기도가 항상 존재해 왔다고 주장하며, 다섯 번째 기도 범주인 잃어버린 방식의 기도를 말한다. 이 기도는 순전히 느낌의 감정에 토대를 둔 기도를 말하는데, 이는 무력감에 이끌려 절대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중 95%의 사람들이 믿는 지성의 힘과 소통하고 그 결과의 실현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기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1972년에 미국에서 있었던 실험을 예로 드는데, 인구 숫자가 만 명 이상이 24개 도시에서 전체 인구의 1% 미만이 참여하는 실험을 실시했을 때 각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1980년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전쟁을 치르는 기간 동안 연구자들이 단순히 머리로만 평화를 생각하면서 평화를 달라고 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평화를 느끼도록 특정 사람들을 훈련 시킨 후, 그들을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전역에 배치 시켰는데, 그들이 평화의 감정을 느끼는 동안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이 멈추고 범죄 건수가 줄고, 응급실 방문자와 교통사고 발생률도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반면 훈련자들이 평화로운 감정의 표현을 멈추자 통계치는 반전되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을 바탕으로 평화를 세상에 투영하려면, 즉 기도가 이루어지려면 몇 명이 평화의 경험을 공유해야 하는지 정확한 인원수까지 산출할 수 있었다며 그 숫자는 전체 인구의 1%의 제곱근이라고 제시한다. 전 세계 인구가 60억이라면 고작 8천 명이면 평화, 즉 기도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 숫자는 시작 단계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수를 나타내며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효과는 더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끊임없이 기도해 왔음에도 왜 그렇게 많은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무엇이 기도이고 무엇이 기도가 아닐까? 의문을 던지며 아메리칸 인디언의 지혜부터 티베트 불교까지, 양자물리학에서부터 프렉털기하학까지 종교와 과학의 경계를 허문 탐구로 기도의 모든 것을 밝히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기도는 분명 필자가 믿는 기독교와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한 종교가 아닌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기도가 무엇인지 탐구하여 독특한 정의를 내리고,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한 노력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기도 응답에 목마른 사람들이 많다. 또한 세상에는 기도가 응답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라. 적어도 응답받지 못하는 이유와 응답받을 수 있는 비결에 대한 실마리는 충분히 얻을 수 있고,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왔던 기도의 전거를 해체하고 다시 세우게 될 것이다. 누가 아는가? 이 책을 읽은 후 항상 응답받는 기도를 드릴 수 있을지.
신태하 목사(보문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