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에 이르는 길
(<평화에 이르는 길: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아빈저 연구소 저, 서상태 역, 위즈덤아카데미, 2006)
<평화에 이르는 길>(원제: The Anatomy of Peace)은 이스라엘인 유세프와 팔레스티아인인 아비라는 두 남자에 관한 소설이다. 이들은 전쟁의 악순환 속에서 고통을 받고 살고 있지만, 그들은 동료가 되고 변화를 경험한 후 자신들의 삶을 집어삼킨 갈등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에 그들의 부모를 참여시키는 이야기다.
유세프와 아비의 변화는 인간의 두 가지 존재 방식을 일깨워 준다. 나의 마음이 평화로우면, 다른 사람들을 희망과 사랑으로 만나게 되지만, 나의 마음이 평화롭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할 도구나 장애물 같은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평화에 이르는 길은 타자를 어떤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만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아빈저 연구소는 마틴 부버의 두 가지 존재 방식인 ‘나-너’(I-Thou)와 ‘나-그것’(I-It)에 기반하여 평화에 이르는 길을 설명한다. 아빈저 연구소는 평화로 가는 첫 번째 단계는 나와 타자와의 관계 설정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즉 다른 개인이나 그룹, 혹은 다른 인종과 국가를 대상화하고 우리의 잘못된 언어나 폭력적인 행동을 정당화 할 때 우리 마음에 평화가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을 정당화하는 일반적인 태도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상자 안에 갇힌 상태라고 한다.
(1) “나는 남들보다 낫다는 상자”(The Better Than): 이는 자신이 우월하고 중요하며 의롭다고 여기는반면, 남들은 열등하고 하찮고 불의하다고 생각한다. 이 상자 안의 사람은 늘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개인의 우월성에 대한 신념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 다양한 억압과 폭력의 용어들을 바탕으로 한다.
(2) “나는 피해자로써 보상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상자”(The I-Deserve): 이 상자는 나는 피해자로써 보상받을 자격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가해자이기에 적대시해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 상자안의 사람은 늘 패배감에 사로 잡혀 있고, 세상은 불공평하고 불의하다고 여겨 늘 적개심의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한다.
(3) “다른 이들의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상자”(The Need-To-Be-Seen-As): 이 상자안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행위에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늘 비판적이고 위협적이다. 따라서 이 상자안의 사람들에게 세상은 늘 위험하고 불안하다.
(4) “남들보다 못한 상자”(The Worse-Than): 이 피해자 상자는 다른 사람들을 특권층으로 여기고 세상을 불공평한 눈으로 보게 만든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을 악마화 하지 않고 우리를 가두는 상자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이다. 일단 상자 밖으로 나오면 맑은 눈과 평화가 가득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할 수 있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것이다”(마태복음 5:44-45)라는 예수의 말씀은 상자안에 있는 우리를 상자밖으로 초대하고 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나-너’(I-Thou)의 관계를 넘어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더욱 적극적인 평화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평화로 가는 길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일구는 것이다.
김진양 목사(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정의평화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