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샘앤파커스, 2012)
혜민은 승려이자 종교학 교수이다. ‘혼자서 도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트위터가 놀라운 속도로 리트윗되어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이 되었다. 이 책에는 종교, 인종, 가치관을 뛰어넘어 삶에 대한 멘토로 주목받는 혜민 스님이 보내는 간명하면서도 강렬한 위로와 격려의 글들이 있다. 마음이 약해진 사람들에게는 한 첩의 보약이, 꽉 막힌 듯 가슴이 답답한 사람에게는 한 알의 소화제가, 지친 사람들에게는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한 모금의 청량제가 될 수 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읽다 보면 쉼 없는 분주함 속에서 놓친 많은 마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글들은 멈춤과 비움에서 흘러나와 나와 세상의 진면목을 볼 수 있도록 우리를 향해 친절하게 손짓하는 것 같다.
“잠깐 하는 일이 아니고 오랫동안 그 일을 하려 한다면 그 일을 열심히만 하려고 하지 마세요. 쉬지 않고 열심히만 하려고 들면 내 페이스를 잃어버려 결국 그 일을 오래 하지 못하게 됩니다.”
“지식은 말하려 하지만 지혜는 들으려 합니다. 내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느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누군가가 나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해주고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이라는 걸. 그러기에 내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자비행은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에요. 친구가 내 힘든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해서 그 친구가 내 고민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다가와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한다면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진심으로 들어주세요. 누군가 나에게 ‘안돼’라고 했을 때 짜증내지 말고 ‘예’라고 하세요. 짜증 내도 상황은 바뀌지 않고 당신이 힘들어집니다. ‘예’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다른 삶의 문을 열어 줍니다. 남을 쉽게 판단하는 도덕적 결벽주의자는 본인이 가진 흠을 제대로 못 보는 미성숙자입니다.”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 마음의 공간에서 일어나 잠시 머물렀다가 또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라지는 구름과도 같습니다. 내 말을 듣지 않는 그 감정(화)을 잠시만 떨어져서 그 감정(화)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조용히 관찰하십시오. 마음을 억지로 다스리려 하지 마세요. 그저 그 마음과 친해져서 그 마음을 조용히 지켜봐 주세요.”
“마음공부는 일반공부와 정반대로 해야 해요. 일반공부는 모르는 것을 배워서 지식으로 채워 가지만 마음공부는 반대로 쉬고 비워야 해요. 완전히 쉬고 비워냈을 때 생각을 일으키는 마음의 근본과 정통으로 딱 만날 수 있어요.”
“개개인에게는 모두 각자의 생각이 있습니다. 각각의 사견을 내 생각과 똑같이 맞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십시오. 시비는 사실 남의 생각이 내 생각과 똑같아야 한다고 했을 때 생기는 것입니다.”
“망가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해요. 내가 스스로 남들에 비해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항상 옳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절대 망가지지 못해요.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의 문을 열고 가끔은 망가질 수도 있어야 나와 사람들 사이의 벽이 와르르 무너지며 가까워집니다.”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이나 비난은 많은 경우 비난하고 있는 사람 자신의 콤플랙스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비난하는 사람의 불행한 심리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비난하는 사람이 오히려 애처롭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자신을 낮추고 ‘니 참 불쌍타’ 생각하고 그냥 넘어 가십시오.”
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