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유나영역), 와이즈베리, 2018)
최근 이동환 목사의 츨교 판결로 교계 안팎이 시끄럽다. 표면적 이유는 동성애 지지 혹은 동조를 문제 삼고 있지만 이른바 보수주의자들의 전략은 그 너머를 겨냥하는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회내 비판적, 진보적 목소리를 몰아내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처럼 보인다. 곧 ‘동성애 옹호=운동권’이라는 보다 큰 그림을 바탕에 깔고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그 시도가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지만 일단 그들은 나름의 프레임을 짠 셈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조지 레이코프가 언어학을 현실 정치에 적용한 책이다. “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가?”라는 진보의 오래된 의문에 답하며,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계몽주의적 신념이 왜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지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다.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로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언어학자로 손꼽힌다. 정치 담론의 프레임 구성에 대한 전문가로서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 정책과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를 형성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사회 변화를 의미한다(10-11쪽).” 그러나 프레임은 직접 보거나 들을 수 없고 언어를 통해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언어가 프레임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은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한다. 결국 프레임을 짜는 것은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언어를 취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본질은 바로 그 안에 있는 생각이고, 언어는 그러한 생각을 실어나르고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프레임을 재구성하려면, 그들의 언어가 아닌 우리의 언어를 써서 우리의 신념을 말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공적 담론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하면,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 프레임 재구성은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 이미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는 것에 접근하여 이를 의식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것이 대중의 담론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반복하는 일에 가깝다. 이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부단한 과정이며, 반복과 집중과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 “프레임 재구성은 정직성과 도덕성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여론 조작(spin)이나 속임수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의 가장 깊은 신념과 이해를 의식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진정한 신념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신념을 공유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가장 깊은 신념을 이해하고,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13쪽).“
따라서 문제는 프레임이다. 정치적 프레임을 창출해 내는 이가 그 안의 내용까지 통제하기 때문이다. 보수에 맞서 진보가 승리하려면 단순히 보수의 프레임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수준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진보 자신의 언어로 프레임을 재구성해야 한다.
진광수 목사 (바나바평화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