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속의 신비적 관상
(<사계절 창조 신비>, 최종수,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신앙과 지성사 2023)
관상(觀想)은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것이요, 무지 속에서 아는 지혜입니다. 한자어 관(觀)은 부엉이(雚, 황새 관)가 한 밤중에 본다(見)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묵상의 깊이는 제 삼의 눈을 뜨는 것이요, 세심한 관찰로 이끕니다.
깊은 숲 속에서 버섯을 만난 사람, 최종수는 관상에 이른 사람이라고 여겨집니다. 그가 만난 버섯은 온갖 색깔의 기기묘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선물합니다. 예서 ‘창조의 영’, ‘생명의 영’, ‘치유의 영’으로 신비 그 자체를 만납니다.(이광섭) 주홍술잔버섯을 노래하며 사계의 책을 엽니다. 잔 높이 받쳐 들고/ 나를 비운다/ 잎 떨군 겨울나무처럼/ 비인 가슴과 가슴이 만나야/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한겨울의 슬픔을 쏟아내고/ 내일의 웃음을 담아낸다(중략,15). 비움의 영성(Kenosis)입니다.
봄, 씨앗을 뿌리면서: 앨런 라비노비츠 박사는 어려서 심한 말더듬이로 지적장애아 반에서 자랍니다. 그는 동물학과 야생동물 보호분야를 연구합니다. 그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지 확보에 힘쓰며, 그는 자기의 말더듬이 장애를 경이로운 재능이라고 말합니다. 우주는 말이 없습니다. 신비한 버섯의 세계에도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침묵이 전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억겁을 두고 전하는 경이롭고 신비한 세계의 생명 이야기 소리를 듣게 됩니다.(22) 침묵은 하나님의 제일 언어입니다.(십자가의 성 요한) 버섯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생명과 사체(死體) 사이에서 돋아납니다. 재로부터 다시 일어서는 불사조(不死鳥)처럼 썩어가는 시체의 잔재에서 돋아나는 버섯들은 희망의 아이콘(icon, 聖像)입니다. 폐허로부터 솟구치는 생명의 상징이요, 부활신앙을 체현(體現)하여, 죽음 너머 삶(生)을 계시하는 표징(表徵)입니다.(25)
여름, 자기충일의 자람으로: 버섯은 숨은 일꾼, 보이지 않는 일꾼입니다. 자기과시가 없는 겸양의 존재입니다. 온갖 화려한 색깔과 향기와 달콤한 꿀을 가진 꽃들은 그 목적이 분명하나, 버섯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아름답고 화려한 색깔과 자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억겁의 세월을 저 홀로 습하고 어둡고 버나비도 없는 외로운 곳에서 잠시 피었다가 스러집니다.(73) 이 또한 사막의 영성이요, 자기 비움의 신비입니다. 신비(神祕)란 참되고 아름다운 세계를 향하여 ‘자아’ 혹은 ‘일상성’, 내지는 ‘세상’이라는 감옥으로 부터 발출입니다.(76) 거기 어두운 숲속에서 불빛처럼 환하게 피어난 생명체들이 있습니다. 죽은 나무에서 돋아나고 있는 버섯, 어두운 숲속은 저 소리 없는 생명체들의 몸짓으로 더욱 살아 있고, 음산한 어둠을 밝게 밝혀줍니다. 생명의 빛이 번뜩이는 그곳은 모든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의 땅입니다.(82)
가을, 마지막 잎 새를 떨구는 자기 비움으로: 텍사스별버섯은 2021년 의회에서 결의된 텍사스주 버섯으로 지정 결실합니다. 미네소타주와 오리건주에 이어 세 번째로 주 버섯을 가지게 되었습니다.(140) 이렇게 주 버섯 지정에 노력하는 것은 지구 생태계에서 버섯이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일입니다. 번개가 치면 버섯이 잘 돋고, 눈물을 흘리는 버섯이 있으며, 특이한 냄새를 풍기는 버섯들, 그 모양과 색깔만도 무궁무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냄새 또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합니다. 그래서 신비한 버섯의 세계는 무한정 넓어 보입니다. 사막에서도 버섯이 돋습니다.(사35:1-2) 산불 뒤 대청소와 정리하는 가운데 버섯을 이용한 지구 다시 살리기 방법을 사용합니다.(170) 체로키 원주민들의 건강비결은 잎새버섯에 있고, 사람에게 필요한 비타민D를 축출하는 등 토실한 열매가 있습니다.
겨울, 자기정화의 때 겨울나무로 서서: 겨울 영성(wintry spirituality)은 고난의 영성입니다. 추위는 추위로 녹여야 한다고, 얼음 박힌 살은 얼음물에 풀어야 한다고, 허허벌판에 발가숭이 알몸으로 얼음 박힌 살덩이 예수는, 스스로 고난 되어 스스로 죽음 되어, 고난이 고난을 이겨내시고, 죽음이 죽음을 물리치신 분이십니다. 한 겨울밤의 어둠 속 모든 추위를 녹이신 분이 태어납니다. 엄동에도 의지의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고, 눈바람에 맞추어 함께 노래 부르며, 공존의 어울림으로 서로 이웃이 되어, 언 손 함께 부여잡고, 함께 따스한 가슴 비벼대면서, 함께 겨울 한파를 이겨나간다면 한 겨울밤도 따뜻하지 않겠습니까?(189) 겨울철 감기독감을 물리치는 잎새버섯, 표고버섯, 영지버섯, 동충하초 등 귀에 익숙한 버섯의 이름을 되입니다. 이렇게 쉬 볼 수 없는 버섯에서 창조의 신비를 느껴봅니다.
한천교회 전승영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