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건축과 예배공간
(“교회건축과 예배공간”, 제임스 와이트, 수잔 와이트, 정시춘, 안덕원 옮김, 새물결플러스, 2014)
예배는 공간 속에서 숨을 쉰다. 그리고 예배의 거룩함은 공간을 타고 회중에게 흐른다. 아브라함이 가는 곳마다 쌓았던 예배의 단, 광야 한복판에서 이스라엘의 중심이 되었던 성막, 이들의 오랜 갈망이던 예루살렘 성전, 그리고 이어진 곳곳의 회당과 예배처소들, 지금의 예배당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을 만나는 예배와 공간은 항상 자리를 같이 해왔다. 물론 하나님을 만나는 그 어떤 자리도 예배의 공간이 될 수 있으나 그리스도는 인류의 자리에 직접 찾아오셨고 사람들의 일정 공간 안에 머무르셨으며, 유대지역이라는 특정한 장소에 거하셨다.
역사적으로 예배가 행해지는 곳에는 언제나 구별된 공간이 존재해왔다. 이렇게 구별된 예배공간은 회중들로 하여금 예배의 의미를 보다 밀도 있게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전체 예배의 형식과 모양을 규정하는 기초를 제공해왔다. 그렇기에 예배공간은 모든 면에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오롯이 드러내야 하고 영적인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예배공간은 시대와 함께 꾸준히 변화되어 왔다. 지금의 예배당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 시대별, 지역별로 다양한 모양, 여러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의 변천과정을 거쳤다. 한국교회 또한 처음 복음이 전파된 이후 토착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공간을 갖추어 왔으나 그 이면에는 여러 맹점들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예배공간에는 담아내야 할 예배적인 필수 요소들이 있다. 그 공동체만의 신학과 전통, 예배와 문화가 담겨 있어야 하고 공동체만의 색깔과 목회방향, 심지어는 지역의 이해까지 다양한 내용을 녹여내야 한다. 이를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서는 예배와 공간의 신학이 선행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미처 감당하지 못했다. 아니 쉽게 간과했다는 표현이 더 울릴지 모른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장 앞에 교회공간을 그저 모이는 용도의 역할로만 한계 지었기 때문이다. 많이 모일 수 있는 혹은 재정이 덜 드는 공간에만 집착한 결과 우선 건축하고 활용은 다음에 생각하는 방식에만 급급했다. “몇 평? 몇 석? 얼마?”가 교회공간을 바라보는 목회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된 이유다.
고도의 성장기를 거치는 가운데 우리만의 예배신학을 담은 공간보다는 초기 선교사들이 들여온 예배당의 외형과 구조를 모델링해 당연한 듯 복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흔히 볼 수 있는 획일화된 고딕양식의 외형이 되었고, 이후에도 당시의 유행이나 일반화된 패턴을 가지고 확산되는 경향을 만들어 내었다. 요즘은 건축가들이 구현하는 현대건축물의 실험적인 흐름만을 따라간다는 강한 인상 또한 받는다. 모두 예배의 영성과 공간의 신학을 갖추지 못한 가운데 이루어진 결과물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의 경우 새로이 건축을 한다거나 증개축 혹은 공간 재배치를 할 때면 여전히 “옆 교회, 아는 교회, 어디서 본 교회”가 기준이 되는 경향은 여전하고 그렇기에 각각의 교회공동체가 추구하는 고유한 공간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하는 “교회건축과 예배공간”의 저자 제임스 와이트(James White)는 목회자와 회중들에게 예배와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영적인 목적에 이르도록 기능하고 관계하는지에 대해 기초적인 통찰을 제공하는데 적임자이다. 저자는 20세기 최고의 예배학자로 꼽히며 예배와 성례전, 교회건축에 관련한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겼고 그의 학문적 역량은 예배갱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회중이 예배를 위해 모이고 이동하며 머무는 공간에 대한 이해와 그 공간의 배열 그리고 성례전과 기타 예식(결혼, 장례 등)을 위한 가구와 공간배치, 예배 예술과 음악, 부속 공간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목회자와 회중들로 하여금 예배공간에 대해 꼭 한 번쯤은 고민해야 할 실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안내한다.
지금의 교회는 엄중하고도 다양한 변곡점 앞에 놓여있다. 그런 가운데 무엇보다 예배와 사역이 건강하게 변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교회의 공간과 활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그에 따른 신학과 실용적 측면도 정립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거룩한 책무를 안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에게 생각 이상의 도움이 될 것이다.
“건축은 공간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일이며, 교회건축은 예배를 위한 공간들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일이다. 한 공동체의 예배를 위해 공간을 구성하는 일을 돕는 건축가는 반드시 그 공동체의 예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교회건축에 대한 논의는 항상 이 공간으로 의도하는 기능에 대한 질문들로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본문 중에서)
백성창 목사 (이천창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