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교회로 가는 길

(<공적 교회로 가는 길>, 감리교 목회자모임 새물결 편저, 이야기books, 2023)

“멋지지 않잖아요!”라는 말은 ‘멋있을 수 있고, 멋있어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다’라는 말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가르치는 학생이 교회에 대해서 한 말이다. 왜 그런 말을 했을지, 굳이 입장 바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단박에 알겠다. 그 질문과 대답이 만든 박자가 경쾌한 만큼 서글프다. 지금의 교회는 멋이 없다. 교회를 비판하는 긴 댓글들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사람들은 교회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었던 교회가 이제는 그 대상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욕이라도 해주던 관심이, 길이만큼 수치를 유발하던 긴 댓글이 그리울 때가 머지않았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돕자는 말에는 여지없이 미간을 찌푸리는 성도님이 계셨다. 새로 부임한 초짜 전도사와 그의 박력 없는 설교가 맘에 들지 않으신 때문인가 했다. 설교가 길어서 그런가 싶을 때도 있었다. 설교에 정치적인 얘기 섞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전해 들었을 땐, 멀미가 나는 것처럼 살짝 어지러웠다. 그 이후로 설교 시간에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하여, 예수님에 관하여 말하기도 쉽지 않았고, 당연히 설교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예수님 얘기를 할라치면 나의 시선은 그 성도의 미간을 슬쩍슬쩍 훔쳐보고 있었다. 선포자의 흑역사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셨다. 나라에 관해 말하고자 할 때, 그게 정말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면 어떻게 정치와 경제를 말하지 않고 거론할 수 있을까?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처럼 우리들의 세계에 이루어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꿈꾸며 말하기가 불편한 교회라면, 그 교회는 예수님으로부터 얼마나 까마득히 멀리 떠나온 것일까? 예수님은 그러지 않으실 것 같은데, 이제 아무도 인상 쓰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도 필자는 스스로 꺼리는 말들이 있으니, 필자의 인생은 무척 부끄러운 무엇이다.

‘교회가 대체 뭘 잘 못 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참 무서운 사람이겠다. 그 정도는 아니나 대체 무엇부터 어찌해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 분들, 다시 칭찬받는 교회, 존경받는 기독인,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공적교회로 가는 길>은 12명의 신학자와 목회자가 전하는 공적 교회의 모습과 공적 교회로 가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성서신학, 교회론, 예배신학, 조직신학, 선교신학, 기독교 교육, 생태신학, 여성신학, 영성신학, 공공신학의 다양한 영역의 관점에서 기독교의 현실을 진단하고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부패한 중세 교회에 저항하며 태동한 개신교(protestant)는 부패한 구조에 동의하는 자신에 대한 저항운동이어야 한다.’ 저자의 이 말이 뇌리에 맴돈다. 교회의 만성적인 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 세습, 목회자의 도덕성과 자질, 성장주의, 성직자 중심주의, 탈 성별, 돌이킴 없는 회개, 폐쇄성, 성서 오독, 편협한 영성, 권위주의, 물질주의 신앙,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특별할 것 없는 젊은 목회자인 필자와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복음적인(전도하는) 일이다. 이 절박한 몸짓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색을 입히지는 말자. 시급하고 절박하니까.

김국진 목사 (산돌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