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하나님
(<안녕하세요, 하나님>, 김진국 지음, 신앙과 지성사, 2010)
10여 년 전 초가을 한 선배 목사님과 잠깐 쉼을 얻으려고 홍천강이 흐르는 한적한 시골 전원 재활용 주택(김진국 목사의 아들의 표현을 빌림, 228)에서 며칠 묵은 적이 있다. 마당을 가운데 두고 건물 두 채가 자리 잡은 시골집이었는데, 그리 바쁜 삶은 아니었지만 조금의 쉼이 필요했던 나에게 다른 걱정 없이 기분 좋게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마당 앞에 자리 잡은 연못이 내 기분을 더 좋게 만들었다. 한참 재미를 붙였던 낚시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데, 춘천에서 목회하시며 글을 쓰시는 분이라는 것을 듣고 갔기에 집주인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책꽂이 꽂혀 있는 책들 가운데 전원 재활용 주택의 주인이 지은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들이었다. 손님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집주인이 찾아오셨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지은이로부터 3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한참을 책장에 갇혀 있다가 성탄절 예배와 송구영신예배가 월요일이어서 유난히 바쁜 연말연시 보내고 잠시 쉴 틈이 생기자 <안녕하세요, 하나님>이 눈에 들어왔다. 잊는 것도 주님이 주신 은혜 가운데 하나이기에, 10여 년 전에 읽었던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새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인간적인 것에 충실하려는 김진국 목사는 <안녕하세요, 하나님>에 깊은 멀리 계셔서 깊은 영성으로 만날 수 있는 하나님이 아니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삶 속에서 하나님을 가까이 만나는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김진국 목사는 1장 ‘가끔 넘어져봐야죠’에서 많은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목회하는 유명한 목사가 되는 성공(?)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이해하고 가슴으로 품어 내는 ‘큰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12).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는 주신 것에 감사하며, 믿고 맡겨주신 일에 열심을 내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63). 시골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개를 키우게 되었을 때, 개의 이름을 지어준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김진국 목사’가 아니라, ‘내 사랑하는 아들 진국아~’ 하고 부르실 것이기 때문에 이름이 아니라, 본질이 문제라며 사람답게 살아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70-73). 그래서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77). 모름지기 목사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기에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많은 책장을 가득 채운 책은 머리에, 또 마음에 넣어야 한다는 진리를 이야기한다(80).
김진국 목사는 2장 ‘짬밥통 속에서 건져낸 천국’에서 결혼한 다음에 청소와 정리정돈이 자신의 ‘딸림 삶’(취미)인 것을 알았다고 한다.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의 삶의 부스러기라도, 즉 그 딸림 삶이라도 맛보게 해달라고 했던 것처럼 그 딸림을 지속성 있게 한 가지에 투자한다면 마치 악보에서 딸림음, 혹은 장식음의 기능처럼 자신의 삶을 더욱 값지게 할 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넉넉함을 나눌 수 있는 뜻밖의 정신적인 소득이 있을 거라고 한다(101). 오래되어 고장이 난 차를 고쳐 타면서 형편없는 고물과 같은 우리라도 하나님이 남다른 애착을 가지실 것이고, 앞으로 달려갈 멀고 험한 인생길도 지키고 돌봐주시면서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으실 거라고 믿는다(113). 하나님은 우리가 연약하고 부족해서 도와주셔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117). 우리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만으로 우리의 것을 전하려고(독선적인 노방전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그러한 전도가 모든 사람의 마음의 문을 더욱 굳게 닫도록 만들기 때문에(125). 하나님은 다툼을 기뻐하지 않으신다.
김진국 목사는 3장 ‘빠삐용과 요나’에서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모르면서도 그냥 아는 척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사실 그 사람은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 아무도 못 봤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이 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146-149).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은 다 아시는 분이시니까.
바쁘게 사는 것보다 열심히 살려고 한다. 바쁘게 사는 것은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이지만 열심히 사는 것은 시간을 앞질러 사는 것이고, 바쁘게 사는 것은 귀뚜라미가 뛰듯이 방향이 없지만 열심히 사는 것은 지향하는 목적과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160). 그 열심은 평범을 지향하는데 지식보다 사랑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175). 진리는 특별난 것이 아니고 질그릇에 담긴 보배처럼 평범함 속에 묻히고 발견되는 법이기 때문이다(176). 운전하다 실수한 이야기에 하나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던 실수들을 모두 경범죄로 처리하신다면 자신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180).
1994년 개봉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이야기에는 이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 그래서 그늘지고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잃었다가 다시 찾은 한 마리 양이고, 하나님이 관심 가진 그 ‘한 사람’이라고 한다(191). 사람답게 사는 것이 힘들 때, 먼지 쌓인 차 뒷유리창에 ‘힘들 땐 기쁜 일을 생각해요’라는 글을 적어준 주유소 알바생에게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216-217). 마지막으로 삶의 언저리에 깔려 있는 무수한 경계선들 속에서 갈등할 때마다 자연과 역사의 경계선에 놓인 강을 건너 경계선 밖으로 몰아세운 ‘강을 건너온 비’를 생각하며 유쾌한 당함,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명쾌한 행보를 갖게 하는 소낙비가 경계를 허물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239).
주어진 삶에서 하나님을 가까이 만나며 상처받은 구김 없이, 숨기는 주름 없이 읽기 쉽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김진국 목사의 진심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제 잠깐의 쉼으로 새 힘을 얻어 다시 주님이 나를 믿고 맡겨주신 일에 열심을 내보려 한다. 기대와 다짐으로 시작한 2024년이 뿌듯함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