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의미 요법의 원리와 실제> 하상훈, 출판사 옛길, 2023)
저자인 하상훈 박사는 1993년부터 서울 생명의 전화에서 활동해 왔으며, 현재는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 전화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오랫동안 전화 상담을 자원하는 봉사자들을 교육해 왔으며, 또한 자살예방 전문가로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과 연구, 생명존중 교육과 실천에 앞장서 왔다.
저자는 책 첫 머리에서 고등학생 시절 인천 앞바다에 있는 모도라는 한 섬에서 열린 교회 수련회 한 프로그램을 회상하면서 그때부터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휴가를 즐기기 위해 섬을 찾은 사람들에게 삶의 이유를 묻고 그 대답을 가지고 토론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저자는 그 이후로 다른 사람에게 왜 사느냐고 묻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그 질문을 묻기 시작했고, 자신의 인생은 그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대답하기 위한 여정이요 결과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 같은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에 대한 의미를 추구할 때 삶 속에서 만나는 여러 위기 상황 가운데서도 여전히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고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알고 대답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자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니체가 말한 대로, 살아갈 이유가 있는 사람들에겐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30년 이상 상담 봉사 활동은 상담을 받는 이들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돕는 여정이었다고 하면서, 자신이 의미 요법을 추구하게 된 동기는 대학 시절 만난 빅터 프랭클의 저서들을 통해서라고 했다. 빅터 프랭클은 수년간 나치 유대인 포로수용소 생활 속에서 자신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같은 처참한 상황 가운데서도 자신의 삶에 여전히 의미가 있음을 믿었고, 그 의미를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미 요법을 개발하여,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했다.’
저자는 인간이 ‘영성과 자유와 책임을 지닌 존재라는 프랭클의 인식에 동의하면서, 그러기에 인간은 의미에 의지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실존적 공허‘ 라는 삶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쾌락, 성공 지향적 활동 또는 일 중독, 권위에의 도전, 물건 저장 강박증, 약물 사용, 과다 행동” 등을 추구함으로써 의미에의 의지는 억제되고, 오히려 우울증, 중독, 공격성 등으로 인한 정서 장애나 정신적 장애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겐 있어 삶의 의미는 두 가지로, 하나는 자연이나 신 같은 거대한 질서(에코 시스템) 차원에서 추구하는 궁극적 의미이며, 또 하나는 삶의 순간마다 특별히 주어지는 순간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같은 의미를 추구하며 그 의미를 충족시킬 때에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48-51).
저자는 이 의미를 찾는 방법을 빅터 프랭클을 통해 제시한다. ‘프랭클은 심리적 정신적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상담자가 일방적으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어떤 일이나 임무 혹은 취미 활동에 열중하도록 도와주어서, 그로 하여금 창조적 가치를 찾게 하고, 또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자연을 체험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의 경험을 통해 경험적 가치를 찾게 하고, 그리고 절망적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하겠다는 자유 의지를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의미 요법은 이러한 세 가지 차원에서 내담자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추구하도록 도울 수 있는 상담 요법이라는 것이다. 의미 요법은 우선 초기 대화와 만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초기 대화에는 특히 내담자가 말한 문제를 정직하고 진실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초기 대화에선 내담자를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경청함으로써 내담자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치료가 시작되는 단계가 중간대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상담사는 ‘내담자가 말하는 핵심 단어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가 다루는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의 신체 언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말한 특정 구절, 주요 개념, 단어, 진술문을 강조하며, 대화를 반복하여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종결 대화의 단계로, 내담자가 상담사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으로 돌아가도록 준비시키면서 목표를 다시 고찰하게 하고, 상담의 성과를 요약해 줌으로써 대화를 종결하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내담자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혹은 약간의 조언이나 격려의 메시지를 나누는 추수 대화가 필요하다.
내담자를 치료하는 첫째 진단 단계에선 내담자가 과다 반성을 유발하지 않고 내담자가 자기 이야기나 정보를 말할 수 있도록 상담사는 열린 마음으로 대해 주어야 한다. 본격적인 치료 단계에선 내담자를 증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반성 제거, 내담자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수정하는 태도 수정이 이루어지고,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내담자의 증상이 감소되거나 사라지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증상 감소가 이루어질 때 내담자는 생애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때 상담사 역시 의미를 지향하고 있어야 한다. 이 의미는 상담자가 주는 것도 아니고, 내담자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와 상담사 사이의 공동 창조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01). 마지막으로 추수 단계가 있다. 이때는 상담사가 치료 후 지속적으로 내담자를 관찰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단계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본서에서 이 같은 의미 요법 상담을 할 수 있는 태도 수정 기법, 소크라테스 대화, 이야기 의미 요법, 의미 요법을 응용한 여러 기법이나, 초월적 자살 위기에 개입하는 의미 요법을 또한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30년 이상 크고 작은 삶의 위기, 심지어 자살의 위기까지 몰린 수많은 이들을 따뜻한 사랑과 이해와 상담으로 돌보았던 저자의 ‘삶의 의미에 대한 여정’은, 저자가 안수 받은 목사는 아니지만 이미 목회자 이상으로 돌봄의 삶을 살아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여전히 교회나 이웃 가운데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돌보며 함께 영적 의미를 추구하여야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방법론적으로도 긴요한 지침서가 될 듯싶다.
김수영 목사(대영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