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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69]
 
 
 
     
 
 
 
작성일 : 24-01-05 01:22
   
완벽하지 않은 날은 없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649 [73]


 

완벽하지 않은 날은 없다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마음산책, 2013)

 

세상은 아침마다 우리에게 거창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 책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 나에게 시는 세상에 바치는 찬사다. 이 책에서 여러분은 산문들 사이에서 시 몇 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시들은 작은 ‘할렐루야’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시들은 산문과 달리 무엇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책갈피에 앉아 숨만 쉰다. 그 시들은 몇 송이 백합 혹은 굴뚝새 혹은 신비한 그림자들 사이의 송어, 차가운 물, 거무스름한 떡갈나무다.(서문 중에서)

 

메리 올리버의 세밀한 관찰력, 그 뒤에 따르는 아름다운 묘사들은 읽는 내내 그저 감탄을 불러오고 내 영혼은 맑고 깨끗한 계곡 물에 씻겨 나온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연의 일부, 아주 작고 사소한 존재들, 물가에 쌓인 까나리들이나 벌새의 몸짓, 지하실에서 만난 얇디얇은 작은 뱀에게까지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묘사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그녀 또한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그 자체였다고.

 

“그 눈은 가장 깊은 우물보다도 깊다. 어느 늦은 봄날 M과 함께 배 갑판에 서 있는데 혹등고래 한 마리가 바로 우리 옆에서 물 위로 뛰어올라 나팔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녀석의 물 뿜는 구멍에서 물안개가 분수처럼 솟아올랐고 빛이 그 위에 무지개를 만들었다. 물안개는 부드럽게 솟았다가 갑판으로 비처럼 떨어져 우리 모두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p24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난 그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세상에 주어야 할 선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p27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된 시인, 메리 올리버. 메리 올리버는 어릴 적부터 읽고, 쓰고, 숲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숲을 거닐 때 제일 행복했고 세상에서 사라져 자연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었다고. 그녀는 그런 체험들을 시로 옮겼다.

 

늘 자연과 더불어 시를 쓰며 살고 싶었던 올리버는 1960년대에 예술가들의 낙원 프로빈스 타운을 보고 반해 동반자와 함께 정착한다. 이 책 <완벽한 날들>은 나무, 꽃, 새, 물고기 등 메리 올리버가 숲에서, 들판에서, 바닷가에서 만난 자연을 노래한 시들과 함께 그녀의 일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산문들을 담고 있다.(옮긴이의 말 중에서)

 

책을 다 읽고는 구글맵에서 메리 올리버가 내내 이야기하는 프로빈스 타운의 위치를 찾아보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동쪽 끝,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였다. 그녀가 매일매일 산책을 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고.. 사랑해 마지않던 곳.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리라. 

 

“만일 당신이 나와 너무 똑같다면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내게 무얼 배우겠는가? 내가 사사프라스 잎을 집에 가져가면 M은 그걸 보며 감탄한다. 그녀가 내게 마을과 항구 위 하늘을 나는 기분을 이야기해주면 그 푸른 길에 대한 묘사로 내 세계는 달콤해진다. 우리의 서로 다른 흥분을 접하는 건 함께하는 삶의 또 다른 선물이다.”(p. 31)

 

40년 넘게 다름으로 인해 서로를 괴롭혀왔다는 메리 올리버와 동반자 몰리 멀론 쿡, 자연 안의 작고 소소한 것에서도 기쁨과 경이를 길어 올리는 메리 올리버와, 자연엔 도무지 관심이 없고 고속 모터보트를 갖고 싶어 한다든지, 소형 비행기를 운전하는 것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는 M, 글로만 읽어도 얼마나 두 사람의 관심사나 취향이 확연히 다른지 느껴진다. 둘은 다름 때문에 부딪힐 때도 더러 있었겠지만, 그녀는 그 다름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요소라 말한다. 서로의 다른 관심사로 인해 두 사람의 세계와 지경이 넓어지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거나 나는 학교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의 유일하고 무한한 신성을 암시해주는 건 언제나 자연계, 열리지 않은 무수한 샘들이었다. 자신이 축복받은 존재임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아는 그런 상태에서는, 그늘에서 햇살 속으로 움직이기만 해도 그 생명의 열기를 느낀다. 나는 모든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연못가에 누워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한번은 이른 아침에 맑은 잎들로 덮인 듯한 나무를 봤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잎이 아니라 나비들이었다. 제왕나비. 수천 마리가 밤 동안 모여서 잠을 자며 오렌지색 실크 나무를 만든 것이다. 나비들은 오렌지색 실크 조각들 같았다. 한번은 산허리에서 사슴 세 마리가 누워있고 거위 떼가 그 사이로 움직이는 광경을 보았다. 거위들은 사슴들 다리를 넘어가기도 하고 파리한 겨울 풀을 뜯으며 사슴들 어깨를 가볍게 스치기도 했다. 한번은 비버 두 마리가 진흙과 가는 나뭇가지로 갓 지은 반달 모양 둑을 발견했다. 나뭇가지에 달린 잎들이 아직 싱싱했다. 그런데 내가 지켜보는 동안 물이 은빛 장갑 낀 손으로 둑을 밀어 쓰러뜨렸다. 둑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빨리, 빨리, 수문을 다 열어! 내 마음이 소리쳤다.

 

잘 정비된 개미 언덕을 바지런히 오르내리는 검은 개미들도 하나의 기회다. 뜨거운 모래밭의 말랑말랑한 두꺼비도 하나의 기회다. 철썩이는 바닷가에서 한 시간을 보내는 건 기회들의 향연이다. 아침마다 소란과 고요가 결혼하여 빛을 만든다. 태양이 장밋빛 자두처럼 떠오른다. 물에서 떠도는 새들이 돌아본다. 이따금 바람도 돌아보는 듯하다.”(p. 32-33)

 

어느새 나는 그녀의 옆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처럼 숨 죽인 채 생생한 문장을 따라간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우리는 나비에서 거듭거듭 초월이라는 관념을 본다. 숲에서는 무기력함이 아닌 야심을 본다. 영원히 떠나고 영원히 돌아오는 물에서는 불멸을 체험한다.”(p. 49-50)

 

“몇 해 전, 이른 아침에 산책을 마치고 숲에어 벗어나 환하게 쏟아지는 포근한 햇살 속으로 들어선 아주 평범한 순간, 나는 돌연 발작적인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그건 행복의 바다에 익사하는 것이라기보단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행복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행복이 거저 주어졌다. ... 내 이야기는 산이나 계곡, 눈보라, 우박 혹은 세상을 할퀴고 지나가는 송곳 바람이 들어 있지 않다. 나의 희귀하고 경이로운 인식은 그런 분주한 시간에는 찾아오지 않는 듯하다. ... 그런 교감은 푸른 하늘의 축복 아래 햇살 가득한 세상이 평온을 구가하고 바람의 신이 잠들었을 때, 그 조용한 순간에 몰입하는 사람에게 일어나기 쉽지 않을까 한다. 그런 때 우리는 모든 겉모습과 부분성의 베일을 들추고 그 속에 숨겨진 걸 엿볼 수 있을 것이다.”(p. 62-63)

 

나는 학교에서 나온다 재빨리

그리고 정원들을 지나 숲으로 간다,

그리고 그동안 배운 걸 잊는 데 여름을 다 보낸다

 

2 곱하기 2, 근면 등등,

겸손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법, 

성공하는 법 등등, 

기계와 기름과 플라스틱과 돈 등등.

 

가을쯤 되면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다시 불려 간다

분필 가루 날리는 교실과 책상으로,

거기 앉아서 추억한다

 

강물이 조약돌을 굴리던 광경을,

야생 굴뚝새들이 통장에 돈 한 푼 없으면서도 

노래하던 소리를,

꽃들이 빛으로만 된 옷을 입고 있던 모습을.

 

(그녀의 시, <달력이 여름을 말하기 시작할 때> 중에서)

 

드라마틱하거나 특별한 날이 아닌, 평온하고 고요한 나날 속에서 길어 올리는 기쁨. 그녀는 조용하고 평범한 나날도 충분히 완벽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문장을 읽어내리는 동안 어느새 내 표정과 마음은 부드러워지고 내 영혼은 말랑해진다. 

 

책을 덮고 나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익숙해져 흘려보내던 풍경들을 새로이 마주해 본다. 창 밖으로 무리지어 지나가는 철새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창백한 겨울 나뭇가지를. 하루하루, 계절마다 자연이 내어주는 자잘한 기쁨들, 자각만 한다면 누구나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우리 가까이의 작은 기적들을.

 

김은진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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