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면 알 수록 놀라운 상징
상징: 성경을 보는 눈을 뜨다 저자: 송병구 출판사: kmc
내가 섬기는 교회는 성서일과를 따르고 있다. 요 몇주 전부터 성서일과에 따른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비유를 통한 가르침을 소개하고 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밀과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 하늘 나라에 관한 세 가지 비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비유들을 토대로 교인들에게 말씀을 잘 나누기 위해 비유들을 반복적으로 읽었다. 읽으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예수님은 탁월한 이야기꾼이었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늘 청자를 배려하셨고, 마음이 열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익숙한 사물들과 상황들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풀어 놓으셨다. 누구보다 통찰력있게 비유에 등장하는 사물들의 특징들을 간파한 예수님의 지혜가 참 신비롭기만 하다. 내게는 하늘 나라를 누룩에 빗대어 설명하신 것이 놀라웠다.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는 평온한 미국 시골지역에서 목회를 하는 것이 복되다고 느껴질 때가 많지만, 빵을 좋아하는 아내와 나로서는 인근에 그 날 만든 신선한 빵을 제공하는 제과점이 없다는 게 약간은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한국인 입맛에는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미국식 쿠키와 크림이 잔뜩 발려져 있는 디저트에서 벗어나, 우리 입맛에 맞는 쿠키와 브라우니, 스콘과 파운드 케이크, 가끔은 생크림 케이크와 티라미수를 직접 만드는 것에 전전하던 무렵 우리는 유럽 사람들처럼 아침에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사워도우(Sourdough)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워도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천연발효종을 만드는 것이 첫 단추다. 어렵사리 2주 가량 적정량의 밀가루와 물을 넣고 휘저어가며 효모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만들어진 효모를 정해진 밀가루와 물 그리고 소금과 함께 넣어 반죽을 만든 후 밤새 발효를 시키고 아침에 일어나 확인해 보면 반죽을 넣어뒀던 큰 통 가득 부풀어 올라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를 보자마자 예수님께서 하늘 나라는 누룩과 같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비유, 그의 삶과 목회 뿐만 아니라 성경 그리고 우리의 신앙 전통에는 많은 상징 언어들로 표현되어 있다. 책 상징은 그 무수히 많은 상징 언어들 가운데 우리 신앙의 여정 속에 특별히 더욱 중요한 32개의 사물들을 골라 그것들의 의미, 역사, 성경에서 갖는 의미들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예를 들어, 책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상징적 사물은 “빵”이다. 대부분의 교회가 주기적으로 성찬을 하기에 예수님의 몸으로 상징되는 빵의 중요성을 알 것이다. 책 상징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떠올리는 음식으로써의 빵, 예수님의 몸인 생명의 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하루의 빵”, “눈물의 빵”, “자유의 빵”, “생명의 빵”으로 빵에 대해서 다각도에서 더욱 깊은 통찰을 갖고 빵이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에 대해서 설명한다.
빵 다음으로 소개 되는 상징 언어는 “소금”이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저자의 통찰에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최후의 만찬>을 보면 가룟 유다 곁에 있는 소금 그릇이 엎어졌는데, 이는 그의 배신을 암시한다.” (p22)이다. 최후의 만찬 그림은 너무나 유명하여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그림이다. 나에게도 그 그림은 매우 익숙했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가룟 유다의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 유심히 보지도 않았고, 그의 오른쪽 팔에 의해 엎질러진 것이 소금인지도 몰랐다.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놀라웠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림을 그릴 때, 이러한 부분들까지 염두해두고 소금이라는 상징을 그의 그림에 넣어두었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저자의 소금이라는 상징언어의 의미적 해석을 통해 시대적, 문화적 상황을 뛰어 넘어 수 세기 전의 사람인 다빈치와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팔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도 꽤나 흥미로웠다. 숫양의 뿔을 나팔의 재료로 사용하게 된 이유가 창세기 22장에서 이삭을 대신하여 숫양이 번제물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과 이로 인해 자유를 선포하는 희년에 기쁨의 나팔을 분다는 것, 전쟁에서 나팔 소리는 하나님과 함께 하여 얻은 승리의 소리였다는 것과 동시에 구원과 심판의 소리라는 것이 놀라웠다. 70년전 남한과 북한은 휴전을 맺었다. 그리고, 여전히 화해를 이루지 못하고 대치 중에 있다. 세대가 지날수록 화합과 통일에 대한 염원은 약해져만 가는 것 같다. 얼마 전, 한국전쟁 당시 결혼 7개월차, 임신 3개월차였던 신혼부부가 분단으로 인해 신랑은 북한에서, 아내는 남한에서 70년을 서로를 그리며 떨어져 지내다 재회하는 옛 영상을 보았는데, 전쟁의 아픔이 내게도 전해져왔다. 저자의 바램과 같이 언젠가 희년의 뿔나팔, 평화의 뿔나팔, 구원의 뿔나팔이 이 땅에서 울려퍼치기를 소원한다.
책 상징은 부제처럼 성경을 보는 눈을 뜨게 하고 읽는 이의 시야를 넓혀주고 풍성하게 해준다. 신앙의 여정 그리고 목회의 여정을 걷는 동안 곁에 두고 오랫동안 펴보고 싶은 책이다.
민학기/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