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기 교회 예배이야기
(<1세기 교회 예배이야기>, 로버트 뱅크스(Robert J Banks), 신현기 옮김, IVP, 2017>)
평소 초대교회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지금의 제도화된 교회와는 사뭇 달랐던 지극히 날 것의 시절, 그리스도인은 서로를 “어떻게 만나, 어떻게 영적인 교감을 이루고, 어떻게 교회로 살아내었을까.”를 떠올리다보면 교회라는 거룩한 이름 앞에 한없이 겸허해진다. 암흑 속에서 살 길을 찾아 더듬어가는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여정은 성경을 근거로 한 상상 속에서 더욱 생생히 빛을 드러낸다.
“1세기 교회 예배이야기”는 짧은 단편소설처럼 역사적 자료에 기초에 이 시대 첫 교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배경은 로마이고 주인공 푸블리우스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빌립보 출신의 푸블리우스는 유대인 부부 아굴라와 브리스가로부터 가정에 초대를 받는다. 이곳에서 깊은 사랑의 환대를 경험한다. 지나치게 의식적(ritual)이지도 신비적이지도 않은, 격식에 매이거나 부담되지 않은, 그러나 충분히 새롭고 따뜻한 영적인 모임을 처음으로 마주한 것이다. 아굴라 부부는 낯선 이들을 위해 만찬을 베풀고 되도록 이질적이지 않게 성경의 메시지들을 차분히 나누어 준다. 초대한 사람들이 가진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말씀의 권면과 사랑의 교제를 나누며 이들을 위해 진실로 기도한다. 푸블리우스는 아굴라 부부의 가정에서 가진 모임을 통해 이전에 가졌던 그리스도인에 대한 선입견을 차근차근 벗어낸다. 낯설고 어색한 시간이 지나며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대한 궁금함과 다음 모임에 대한 긍정의 기대를 갖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8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작고 얇은 책이지만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단숨에 그리스도인에게 잠재해 있는 수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멋들어진 예배당과 화려한 프로그램이 곧 전도사역이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 속에서 초대교회의 이야기는 익숙함과 당연한 목적성의 묵은 때들을 벗겨낸다. 그리고 “한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란 무엇인지, 교회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질문 속으로 독자를 이끌고 들어간다. 이야기 중간에 이따금씩 만나는 무채색의 그림들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더욱 깊은 상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당시 세상은 교회에 대해 관대하지 않았지만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지극히 은밀하나 이상하리만치 담대하고 거룩했다. 그들 안에는 순수한 사랑의 나눔과 진실한 품이 있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낯선 한 사람의 마음이 서서히 움직인다. 바로 그 모습이 교회이고 교회다움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저자 로버트 뱅크스(Robert J Banks)는 호주 출신의 신학자로 미국 풀러 신학교에서 신약과 평신도 사역을 가르쳤다. 특히 가정사역과 교회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와 저술을 해오고 있다. 이 책은 그의 관심에 따라 초기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어 교회공동체의 시작을 알리고자 했다.
코로나로 힘겨웠던 지난 3년여 간의 시간은 흔한 종교적 낙관주의에 젖어있던 한국교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이런 때에 거룩한 예배공동체를 이루어간 “첫 교회”를 깊이 묵상하고 상상하는 작업이야말로 “교회다움”이라는 본질을 찾아가는 가장 빠른 길이자 새로운 호흡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는 물론 모든 그리스도인 그리고 교회를 포기한 그리스도인과 한 번도 그리스도인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이것이 교회이다”라는 “첫 교회”의 생생한 증언이 될 것이다. 더불어 동일한 저자의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와 <1세기 그리스도인의 선교 이야기>는 더불어 풍성한 영적인 자극이 될 것이다.
교회가 분명한 변곡점에 이른 이 때에 “1세기 교회 예배이야기”를 통해 예배와 교회공동체에 대한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책은 이 시대 그리스도인을 위해 충분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백성창 목사 (이천창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