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웰의 장미
(<오웰의 장미>, 리베카 솔닛, 최애리 옮김, 반비, 2022)
조지 오웰과 리베카 솔닛은 각각 민음사 판 <카탈로니아 찬가>와 <어둠 속의 희망>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매력적 글쓰기를 구사한다. 오늘 소개하는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는 “한 작가가 장미를 심었다”로 시작한다. 여기서 한 작가는 조지 오웰이다. 정치적 글쓰기의 대가, 실천적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조지 오웰과 장미. 이 책은 두 단어의 낯선 조합을 통해 작가 오웰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낸다. 흥미롭다.
솔닛은 오웰에 대한 기존의 시각과는 다르게 그가 장미와 정원 가꾸기에 열심이었다는 점을 발견한다. 이 의외의 사실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아 오웰이 전체주의 비판, 권력과 억압에 대한 저항 등 사회의 불의를 고발하는 것 못지않게 지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 기쁨을 추구하는 작가였음을 밝혀낸다.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와 프로파간다에 대한 선견지명으로, 불유쾌한 사실들을 직면하는 것으로, 건조한 산문체와 굴하지 않는 정치적 견해로 유명하던 작가이다. 그런 그가 장미를 심었던 것이다. 사회주의자나 공리주의자, 실용주의자나 또 아니면 그저 실제적인 사람이 과일나무를 심었다는 것은 놀랄 일이 못 된다. 과일나무는 가시적인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고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산물―물론 그 이상이지만―을 내니 말이다. 하지만 장미 한 그루를―또는 그가 1936년에 복구한 이 정원의 경우처럼 일곱 그루를, 그리고 나중에는 더 많이―심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27쪽)
그러나 이 책은 조지 오웰에 관한 또 다른 평전이 아니다. 오웰이 심은 장미에서 출발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일련의 탐구이자,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저항 행위로써 기쁨과 희망을 말하는 탁월한 에세이다. 그 오지랖은 오웰의 글쓰기에서부터 ‘빵과 장미’로 표상되는 여성 참정권 운동, 화석연료와 기후위기, 스탈린주의의 폭압적 지배와 제국주의의 노예 착취, 현대 콜롬비아의 장미 산업에까지 이른다. 물론 이번에도 솔닛은 자신의 박학다식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서로 다른 주제들이 종횡무진으로 부딪치고, 유려하게 연결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덮으며 솔닛의 생각을 엮어가는 솜씨에 놀라고, 표현의 정확함에 다시 놀라고, 생각의 깊이에 감탄했다. 역시 뛰어난 글쟁이다. <오웰과 장미>의 키워드는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이라는 책의 부제에 잘 담겨 있다. 불의에 치열하게 저항하되 삶의 기쁨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일찍이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정원은 항상 생성의 장소이므로 정원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은 희망의 몸짓이다. 지금 심는 이 씨앗들이 싹 터 자라고, 이 나무가 열매를 맺으리라는, 봄이 오리라는, 그래서 뭔가 수확이 있으리라는 소망 말이다. 그것은 미래에 깊이 관여하는 활동이다.“ (72쪽)
진광수 목사 (바나바평화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