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렁이의 기도
(김요한 새물결플러스,2017)
이 책에는 저자인 김요한 목사의 기도체험에 대한 간증들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기도에 대한 신학적인 그의 생각들도 잘 정리되어 있다. 중심논지는 기도란 삼위일체 하나님의 페리코레시스적 상호교류, 의탁, 영접, 침투의 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도는 하나님의 뜻에 공감하고 공명하는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소원으로 삼아 드리는 간청이요 하나님 통치의 확장을 위해 드리는 몸의 봉헌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기도를 통해 성삼위 하나님의 “페리코레시스적 교통과 환대”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애쓴다.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 거룩해지기 위함이 기도의 최종목표이며 그 핵심에는 ‘사랑’이 있음을 전한다.
인문학적, 신학적 지성의 내용과 더불어 그가 경험한 신비롭고 영적인 체험들과 그의 은사들(예언의 은사와 지식의 말씀의 은사일 듯하다)에 관한 간증들은 너무도 놀라워서 읽다가 순간순간 무릎을 꿇어 기도하게 만든다. 1999년 6월 8일부터 100여일간 매일 그는 평균7-8시간씩 서재에 틀어박혀 기도하면서 인간의 언어로 자세히 형언할 수 없는 놀라운 체험들을 했다. 1999년 7월 1일 그가 경험한 기도의 체험이 첫 장에 나오는데 마치 존웨슬리의 올더스케잇 회심 이후 1739년 1월 1일 페터레인에서의 성령체험의 사건에 견줄만한 유사성이 있다. 지성없는 은사주의와 기도없는 지성주의가 극과 극을 이루고 있는 이 시대속에서 이 둘이 조화를 이룰 수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이 책은 이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준다.
2023년은 내게 있어 영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해이다. 무엇보다 기도에 대한 큰 도전을 받고 기도에 열심을 내게 되었다. 하루 3시간 기도의 목표를 정하고 기도의 분량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없었던 중보기도회도 목요일 저녁에 신설하고, 월요일마다 틈틈이 기도원에 다니며 기도에 힘쓰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일생 처음으로 3일 금식기도도 해보았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휴가 마지막날로 경남양산에 있는 감림산 기도원에서 기도하며 큰 은혜와 도전을 경험하고 올라왔다) 올 초부터 감리교 기도의 성자였던 E. M. 바운즈의 “기도의 능력, 외 전집을 구입해 읽으며 도전을 받으며, 주일예배시간에는 순서에 없었던 참회기도의 시간과 축도 전에 치유를 위한 기도의 시간도 지난 6월달부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도를 주제한 말씀을 주일오후예배, 수요예배, 목요중보기도회, 첫날새벽기도회 등 예배때마다 전하면서 성도들과 기도를 배워가고 있다. 그 결과 기도의 중요성을 깨닫고 함께 기도와 예배에 동참하는 성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기도를 하면서 놀라운 치유의 사건도 일어났다. 작년에 우리교회로 전도되어 온 한 성도님의 시어머님이 올해 1월 31일 신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암의 크기가 너무 커서 수술을 할 수 없어서 수차례 항암치료 후에 암의 크기를 조금 줄여서 수술을 하려고 하는데 코로나에 걸려 수술이 한 달 미뤄졌다. 그 사이 암의 크기가 너무 많이 커져서 수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가 6월 2일이다. 병원에서는 다시 방사선치료와 온열치료와 항암치료를 하기로 했고, 의사는 이 모든 치료까지 해서 암의 크기가 줄지 않으면 몇 달 안남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에 가족들 모두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전했다.
나는 울먹이는 그 성도님께 다음의 긴 글을 보냈다. “생명은 하나님의 소관입니다. 하나님은 기적의 하나님이십니다. 기도는 기적입니다. 의사는 효과가 없으면 더 이상 소망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만, 하나님께서 몇달 안남았다고 말씀한 것이 아니니, 믿음을 가지세요! 기도하면서 치료를 병행하면 회복되실 겁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어라 그리하면 그대로 되리라(마가복음 11:24) “이 말씀을 믿고 그대로 기도하세요. 분명 회복되실 겁니다. 우리가 기도는 믿음으로 하지만 응답은 여전히 사람의 수준과 범위 속에서만 찾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염려하지 마시고 기도하세요.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4:6)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레미야33:3)“ 구하는 것은 사람이 하지만 행하고 이루시는 것은 하나님이 하십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하나님의 일을 이루십니다. 기도는 기적이지 상식이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아무리 희망이 없을지라도 하나님이 고치시면 고치실 것입니다. 기도는 기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후 나는 매일 이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주일오후예배와 수요예배, 목요중보기도회시간마다 참석한 성도들과 함께 중보기도를 해왔다. 그런데 지난 8월 9일(수) 오전에 연락을 받았다. 놀랍게도 시어머님의 암이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손톱만한 크기로 줄어들어서 수술도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다. 할렐루야!
34년전 친구의 백혈병 때문에 기도하다가 목사의 길로 들어선 내가 기도를 뒷전으로 미뤄놓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목회를 하다가 다시 기도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책 “지렁이의 기도‘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기도의 큰 도전을 받게 되었다. 새물결플러스라는 신학서적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한국교회를 섬기고 있는 저자 김요한 목사를 실제로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페이스북에서 그가 쓴 글을 늘 접하고 있다.(한번 찾아간 적도 있었지만 만나지는 못했다) 그가 쓴 촌철살인 같은 글을 접하면서 내가 느낀 김요한목사는 웬만한 신학자 이상으로 신학적 안목과 깊이가 있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에까지 해박한 지식을 소유한 사람이요, 또 시대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을 가진 진보주의자로서 날카로운 사회비평과 교회개혁에 관한 글을 끊임없이 쏟아놓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글을 읽다보면 피곤한 밤늦은 시간에 날마다 사무실에 가서 몇시간씩 기도한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뭔가 의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기도의 사람으로서의 김요한 목사를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그의 개인적인 체험부분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있었다. 2019년 은사중지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 보수적장로교단에서는 엄중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후 반대의 입장도 한번 살펴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기도에 열심이지만 기도에 대한 정리가 안 된 이들에게, 또한 개인적인 기도제목과 기도범위에 매몰된 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나와 같은 기도냉담자들에게 기도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힘이다. 여러분들도 정독한다면 나와 같이 기도의 자리로 가게 될 것이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