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 예장목회자모임 아드폰테스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공동기획, 도서출판 동연)
모든 그리스도인은 대부분 성경을 통해 믿음의 기초, 가르침의 기초를 놓아간다.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성경 안에는 생태학적 가치를 지닌 구절이 많다는 것이다. 구절구절마다 지구와 그 생물에 대한 존중과 하나님의 창조물과 맺어야 할 올바른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그 대표적 구절과 스토리를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묵상집이 있는데,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동연 출판)이란 제목의 책이다. 2021년 대림절을 시작으로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되길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는 창조의 때의 부르심을 기억하고 있는가? 창조의 때, 우리는 지구와 지구상 모든 생명을 지키고 돌봐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단순히 잘 지키는 일뿐 아니라 인간이 창조세계 어디쯤 위치하는지 알아서 모든 생명마다 ‘참 좋은’ 관계 속에 있을 수 있도록 하는 부름을 받았다.
그 부르심을 잘 듣고 응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위기로 크게 신음하는 지구상에서 그 부르심을 명료하게 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사명을 분별하는 일이 우선이지 싶다. 우리가 기후 변화를 비롯한 창조세계의 위기 한복판에서 새로운 눈으로 성경 말씀을 읽는다면, 신앙을 새롭게 하고 다른 삶을 사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생태학적 가치를 지닌 30개의 성경 구절을 중심으로, ‘지구를 보살피라’ 하신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는 연습을 한다면, 우리는 지구와 그 안에 사는 생명을 존중하며 서로 참 좋은 관계를 회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말씀 묵상 전후나 묵상 시간 동안 마을 숲(물)길을 거닐며 자연을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면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아름다운 창조세계와 신음하는 창조물들 가운데 계신 하나님의 현존을 느끼는 가운데, 살아있는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 어거스틴은 창조를 하나님의 또 다른 “위대한 책”이라고 불렀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성경’뿐 아니라 '창조세계' 이 두 가지를 거룩한 두 권의 책이라고 하였다. 그러니 생태적 가치가 담긴 말씀을 묵상하면서, 자연을 거닌다면 ‘창조세계’라는 거룩한 책을 함께 읽는다면, 창조주 하나님께로 더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창조세계 돌봄의 걸음을 내딛으려는 신앙공동체라면, 성경을 통해 우리의 시대적 사명을 분별하면서 행하고자 하는 신앙공동체라면, 반드시 창조의 부르심에 함께 응답하는 과정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창조세계의 돌봄을 준비하는 청년 모임이나 교회 내 환경 소모임이라면, 함께 묵상함으로 창조신앙을 성장시키고, 개인은 물론 공동체가 영적으로 깨어나 고통 중에 있는 지구와 창조세계를 치유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한 가지, 신앙공동체가 생태학적 가치가 담겨 있는 성경 구절을 묵상할 때는 한 사람을 정하여 그 구절을 천천히 세 번 이상 소리 내어 읽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묵상 후에는 바로 나눔으로 들어가기보다 각자 말씀 안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침묵하는 시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묵상 질문에 각자 고요히 분별한 내용을 적을 수 있도록 넉넉히 시간을 할애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창조의 부르심에 깨어 나눔을 한다면, 영적으로 더 살아나 나와 우리는 물론 지구를 돌보고 치유하는 일을 잘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만큼의 힘도 발휘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한 가지를 더하면, 이 묵상집을 발행한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그동안 ‘지구 이웃과 함께하는 40일 묵상 여행’과 ‘주님의 마음으로 자연을 보는 말씀 묵상’과 ‘성경 속 나무로 느끼는 하나님의 현존’ 묵상집을 발간한 바 있다. 더불어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위한 환경선교사 리더십과정’이나 ‘온라인 그린스쿨’, ‘지구돌봄서클’ 교육은 물론, 신앙의 절기마다 진행하는 ‘탄소금식’과 ‘플라스틱감축’ 40일(혹은 7주)간의 일상생활훈련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묵상집과 교육, 그리고 생활훈련프로그램과 함께 한다면, 우리는 받은 생명을 온전히 누리기는커녕 지구를 해치고 또 자신을 다치게 한 것을 회개하고, 절망이 아닌 희망을 보는 하나의 마음으로 하나님께 돌아서서 새길을 걷고 또 걷게 될 것이다.
모두가 참 좋았던 순간과 그 순간의 부르심을 기억해내고, 신음하는 동료피조물들에게 필요로한 도움을 전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