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에는 시원하게 장르소설로 휴가를 나자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안전가옥, 2020)
8월은 휴가의 달이다. 그런 점에서 어려운 책보다는 휴가지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책은 “칵테일, 러브, 좀비”라는 다소 생소한 책이다.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작가가 어려운 형이상학적 담론을 전공하는 학자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책들이 귀하고 좋지만 특히나 이번 책은 쉽게 시간을 소비하는 차원에서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정도로 좋다.
기본적으로 책의 장르는 타임슬립물이다. ‘타임슬립’이란 단어 그대로 시간이 다시 되돌아간다는 말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너무 익숙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신선하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어떤 대회에서 대상을 탔을 정도라고 한다면 읽는 특별함은 분명 보장받을 것이다.
여러 단편선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꽤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이유는 흔한 타임슬립물 중에서도 유독 특이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체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운명을 거스르고자 한다. 물론 그것은 타임슬립물에서 필연적인 이유이므로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운명을 거스르는 사람으로 비추어진다.
다만 다른 특이한 점은 아무래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클리셰인데, 이번 책을 잠깐 스포하자면 해피엔딩이라는 것은 없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시간에 관한 장르물은 굉장히 운명적이다. 운명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사람에 비해서 운명은 처절하게 그 사람을 더욱 심연으로 끌고 들어간다. 아마 이번 책은 그런 재미로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휴가를 가서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함께 볼 수 있는 책으로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정도로 작가가 주는 글의 흡입력과 사건의 전개 마찬가지로 분량도 잘 조화롭다. 그런 점에서 사역에 힘쓰는 자들이 어려운 책만 골라 읽다가 지치고 힘들 때 스트레스를 잘 해소시켜줄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내용적으로 볼 때 성직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잔인한 구석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휴가라는 것이 개인적인 회복이고 충전이니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경우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