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 이야기
오늘 우리는 식량과 물, 에너지의 심각한 위기로 생활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뭔가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유엔은 이를 염려하여 올해부터 2030년까지 무려 15년 동안 이루어갈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세웠다. 이 목표는 어느 한 국제기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달성되기 힘든 것으로, 교회도 교우들과 더불어 삶의 각 영역에서 변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성서는 필요를 넘어 다른 생명은 물론 후손의 것까지 앞당겨 지속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막아줄 원리와 힘을 제시해줄 것이다.
그 생명의 원리와 힘에 의지하고 있는 교회들의 이야기는 이렇다.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참 좋은 관계’를 위해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녹색교회들의 생활 실천이야기이다.
∎창조영성(생태적 삶) 훈련
강원도 고성에 있는 오봉교회는 주보의 첫 면은 들꽃과 향기 이야기 등이 그림과 더불어 실린다. 그리고 강단에는 예배위원회와 들꽃위원회에서 그 주일의 주제에 맞는 그림이나 형상, 들꽃을 놓아 메시지를 명료하게 받아들게 한다. 또 경북 군위에 있는 작은교회는 농사를 제대로 지어보면 누구나 영성적이 된다는 생각으로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생명을 가까이 하면 미학에 눈을 뜨고, 예술은 사람 속에 잠재해 있는 온갖 느낌과 생각, 하나님을 알아차리게 해준다는 생각으로 ‘매곡리 자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집짓기, 도예, 목공, 서각, 천연염색, 자연식 요리 등의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쌍샘, 받들, 동면교회도 물건을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이 사지 않고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노동과 생산, 창조의 기쁨을 누려보게 하는 주말 가족농사나 1일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직접 경험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생명밥상 빈 그릇
평택에 있는 기쁜교회는 주일 공동식사에 대한 생명밥상 빈 그릇 서약실천으로 매주 40리터 나오던 음식물쓰레기가 5~10리터로 줄었고 먹을거리를 함부로 대하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식단은 마땅히 치러야 할 값을 치루며 건강한 먹을거리로 차리고, 아토피에 예민한 아이들을 위해 우유도 산양유로 바꿨다. 이밖에도 다수 교회들이 주방담당자 또는 여선교회 임원들을 대상으로 ‘생명밥상’ 교육을 실시하고는 국내산 유기농으로, 가공식품이 아닌 제철재료로, 육식보단 가급적 곡채식으로 차려서 남김없이 먹고, EM(Effective Micro-organism)발효액으로 설거지하는 실천을 하고 있다.
∎물 살리기
서울 봉천동에 있는 광동교회 마당 계단 위에는 에는 수상한 통이 하나 보인다. 지하수를 퍼 올려 저장하는 물탱크다. 이 곳에 채워진 물이 파이프를 통해 흘러 정원 한쪽 구석에 연못을 만들어놓았다. 이 물통을 설치한 후로 여름철 겪던 침수 현상이 해결됐고, 연못도 가꾸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연못은 도심 속 새들에게 작은 쉼터가 되고 있다. 한편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물은 빗물을 받아 저장한 물탱크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물탱크가 위치하는 건물 옥상에는 화초들이 자라고 있고, 태양광발전 시설도 돌아가고 있다.
∎교회 에너지 전환 (절약, 효율향상, 생산)
교회들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효율 향상은 물론 재생에너지 생산에 힘쓰고 있다. 우선 기감 서울연회는 서울시와, 경기지역에 있는 교회들은 한국에너지공단 경기지역본부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에너지진단을 받고 그를 토대로 교회절전소 짓는 일에 힘쓰고 있다. 절전소는 적정 실내온도 및 조명을 유지하면서 대기전력을 차단함으로 낭비되는 전기가 없도록 하되, 절약한 양을 구역(속회)을 통해 교회 전체적으로 모아 '절전=발전'의 효과를 내게 한다. 한편 부천의 지평교회와 서울의 청파교회는 자체 예산으로 옥상에 3kW의 햇빛발전기를 설치하여 국가 기준가의 7배나 높은 가격으로 생산한 전기를 팔아 햇빛기금을 마련하여 마을을 위한 선교비로 쓰고 있다. 서울의 광동교회는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www.knre.or.kr)로부터 설치비의 일부를 지원받아 교육관 지붕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여 낮에 생산된 전기는 자체적으로 사용하다가 많으면 전력회사에 소비자가로 판매하고 밤에는 다시 전력회사에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향린교회는 도농직거래를 하고 있는 들녘교회 지붕에 햇빛발전기를 올렸고, 청주의 교회는 100kW급을 설치하여 생산되는 전기의 연간 판매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고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어 교회들의 재생에너지 생산을 돕는 기장 햇발발전협동조합도 있다.
∎교회 숲 가꾸기
처음 창조 때의 에덴동산을 그리는 교회들은 겉모습에서부터 푸른 향기를 풍긴다. 교회 둘레엔 담장이 없고, 벽면엔 담쟁이넝쿨이 자라고, 옥상에는 하늘정원이 꾸며져 있다. 2000년 초부터 40여 개의 교회들이 이 실천을 해왔는데, 마을 안의 버려져 있는 작은 공간도 놓치지 않고 모퉁이 숲을 꾸며 놓았다. 비록 작은 숲이지만 온갖 식물과 동물들이 자라고 있어 지역주민들이 쉽게 드나들며 친교하면서 마음 문을 열게 한다. 비록 잘 가꾸어진 곳이 아닐지라도 새들의 노래 소리와 흐르는 물소리를 듣게 한다. 한쪽에는 상추, 오이, 당근이 자라나는 텃밭을 가꾸어 저마다 하나님의 창조에 온전히 순응해 살아가도록 돕기에 피조물들의 신음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알게 된다.
∎녹색구매 (친환경, 재활용물품 사용)
거룩한 성전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어떤 물건이어야 할까 고민하는 교회들이 있다. 쉬운 일은 아니나, 한 번 구입한 물품은 언제까지 사용하는 것이 알맞은 걸까? 그리고 새로 사야 한다면 어떤 물건이어야 하는 걸까? 고민한다. 그동안 이웃과 자연에 대한 배려 없이 구입해왔다면 환경제품이나 재생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바꾸려 한다. 판단하기 어렵다면, 환경마크 인증제품과 재활용 인증제품을 고르면 된다. 가정 먼저는 매 주일 주보로 사용되는 복사지를 재생지로 바꾸어 창조의 숲을 지키고자 한다.
∎대중교통 캠페인 (차 없는 주일)
한 달에 한번이나 분기별로 한 번, 주일에 자가용 대신 걷거나 자전거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차 없는 주일’ 캠페인이다.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차량은 운행하고, 부득이 한 경우 카풀을 한다. 때에 따라서는 교회 자체적으로 교통카드를 제작하여 교우들에게 나눠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경우도 있고, 지역의 택시를 이용해 예배에 출석하게 한 경우도 있다. 교회들은 주일만큼이라도 자동차 소음 없이 열병을 알고 있는 지구가 다소나마 시원하게 돕게 한다.
이러한 실천을 해온 교회로서 2006년부터 ‘녹색교회’로 선정되어온 교회가 전국에 45곳이 있다. 올해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제33회 환경주일을 기뻐하면서 공동으로 선정하였는데, 포항교회(대한성공회, 방효중 사제)와 가장제일교회(예장통합, 소종영목사)가 그곳이다.
이들 교회들은 “개발의 최종목표는 성장이 아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아마티아 센)이라고 생각하고 교인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사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이 아니라 지금의 위기로부터 우리를 구할 적절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들 녹색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일용할 양식만을 구하는’ 그리스도인 되기를 기도한다. 꼭 필요한 것만 취한다면, 우리 모두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을 것이다. 덜 가지고 덜 쓰고 덜 먹고 덜 버린다면, 생명을 유지하고 증진하는데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서 공급해주실 것이다(시 104). 그 순간 우리 모두는 주님 말씀하신 대로 ‘먹고 마시고 입을 것을 걱정하지 않게’ 될 것이다<2016년 6월호 신앙세계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유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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