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과 신성로마제국
영국이 유럽연합, 즉 EU 탈퇴를 결의했다. 유럽사람들의 꿈은 항상 로마제국을 재건하는 것이다. 유럽사람들이 생각할 때 유럽을 통일하고, 세계까지 나아갔었던 로마제국은 동경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볼 때 유럽인들은 이 로마제국의 재건을 항상 꿈으로 가지고 있었다.
처음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은 신성로마제국이었다. 중세기를 이루고 있던 오토1세부터 시작된 황제의 시대는 길게 보면 9백년을 유지했다고 할 수 있다. 신성로마제국은 로마제국의 재건이라는 의미와 함께 유럽에서 이루어진 그리스도교 세계의 통일을 의미한다. 신성로마제국의 영향은 유럽인들에게 민족이나 국가의 개념을 없앴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 세계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황제의 지도 아래 모든 민족은 의미가 없었고, 한 세계 안에서 다르게 존재하는 형태로 생각되어졌다. 그래서 역사책을 보면 교황의 영향력은 교회를 넘어서 세속 군주에 대해서도 그 영향력을 막강하게 행사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세계관 안에서 정치적으로는 신성로마제국이 가능했다. 하나의 황제에 의해서 그리스도 세계는 통일되어 있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그렇게 강력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의식은 바로 이 신성로마제국의 틀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책을 보면 가끔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것은 왕가의 이합집산이다. 서로 다른 국가의 왕가가 결혼도 하지만, 왕가를 교환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어느 왕자가 전혀 다른 나라의 왕으로 가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래서 역사책을 보면 스페인의 왕자가 다른 나라의 왕이 되었는데 그 나라 말을 못해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라틴어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은 언어가 달라도 모두가 라틴어를 공용어로 가지고 있었다. 귀족들의 경우는 자국어보다도 라틴어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성경도 라틴어 번역에서 자국어 번역이 금지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언어의 통일로 유럽의 연합이 가능했던 측면도 있고, 유럽의 연합이 있기에 공용어가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배경으로 유럽의 나라들은 민족의식 보다는 그리스도 세계라는 의식이 더 강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유럽인들의 세계관을 무너뜨린 것은 종교개혁이었다. 같은 그리스도 세계가 무너지고 다양한 종파로 나뉘게 된 것이다. 민족의식이 싹트고 국가주의가 생겼다. 언어도 라틴어에서 자국어로 그 중심이 옮겨졌다. 물론 신성로마제국의 형태는 유지가 되었지만 예전과 같이 한 세계라는 의식은 줄어든 것이다.
다시 로마제국의 기치를 든 것은 히틀러였다. 나찌정권은 제3제국이라는 용어를 썼다. 두 번째 로마제국이었던 신성로마제국을 이어 세 번째 로마제국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물론 그러한 욕망은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다.
어쩌면 유럽연합은 이러한 로마제국에 대한 동경이 이루어낸 결과일 수 있다. 유럽연합은 기독교세계라는 연합의식이 바탕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권력이 아니라 경제로 엮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유럽연합은 역사적 의미를 가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그 중요한 축의 하나인 영국이 빠졌다. 앞으로 이 제국의 후손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오래된 그리스도 세계의 재건도 어려워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같이 갖는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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