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정말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농담, 이문재-
며칠 전 SNS를 통해 날마다 좋은 글귀와 본인의 사색을 적어서 보내주시는 한 목사님이 보내주신 시입니다.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누가 생각이 나십니까? 가족, 연인, 친구 등 누군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함께 할 이웃이 있다는 것, 시인은 제목을 ‘농담’이라고 썼지만 누가 읽어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시입니다.
시력검진이 있어 다니던 병원에 가려고 지난 주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간 대도시는 수많은 인파와 바쁜 발걸음, 즐비한 상점과 익숙한 지하철 알림음으로 제게 반가움을 전했습니다. 시골에서 하루 종일 지내야 만날만한 수의 사람을 지하철 한 칸 안에서 모두 만나는 익숙하면서도 낮선 풍경에 혼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2살,4살 된 어린것들을 한명은 업고 한명은 넘어지지 않게 손을 붙잡거나 유모차에 태워 지하철을 타고 일을 보러 다니던 생각도 났습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쌀국수 전문점에 들러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와 큰아이는 쌀국수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사를 온 이후로 속초와 고성에 쌀국수 전문점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쌀국수 장국과 면을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서 “마트에서도 쌀국수를 사 먹을 수 있다니 진짜 세상 좋다.”며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 앉아 즐겁게 식사하곤 했습니다. 서울에 나온 김에 먹고 싶었던 쌀국수를 먹으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도 함께 먹으면 참 좋아할 걸’ 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보고 싶은 큰언니를 만나서 함께 상점에서 만들어주는 이니셜이 들어간 팔찌를 구입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같이 살거나 떨어져서 살거나 내 살처럼 가깝고도 편안한 사람이 바로 자매입니다. 어려서는 언니들이 물려주는 옷을 입고, 커서는 언니들이 돈을 벌어 사다놓은 옷을 입었습니다. 지금도 작은언니가 회사에서 명절마다 나오는 화장품이며 가전제품들을 저희 집으로 보내줍니다. “니가 제일 복이 많다.”던 아버지의 말씀은 아마도 두 언니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큰언니와 함께 커플로 팔찌를 사면서 나이 들어 별것을 다 한다는 생각과 함께 같은 팔찌를 하고서 우리가 자매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애틋한 사랑도 느꼈습니다.
사랑하며 사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아름다운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 사랑입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전화를 걸어 “와서 같이 먹자.”하면 그것이 곧 사랑입니다. 좋은 소식이 있을 때 알리는 것, 유용한 정보가 있을 때 공유하는 것, 모두 사랑입니다. 대단한 것을 선물하고, 절절하게 사랑하고, 목숨을 걸어 희생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곳 어디에나 사랑이 묻어 있습니다.
덴마크를 모델로 삶의 대안을 찾아가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저자 오연호)에서 밀이라는 택시기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죠. 돈이 모든 걸 만족시킬 수 는 없습니다. 당신이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죠” 그리고 저자는 말합니다. “밀에게 행복이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 즉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는 안정된 삶 그 자체이다.”
우리의 행복은 어디에 있습니까?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에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래서 삶의 어디에나 묻어있는 사랑을 지나치거나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의 믿음도 돈과 바꿀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 일상 속에서 좋은 것을 대할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믿음 안에서 소박할 수 있다면 나와 함께 생을 걸어가는 이들과 함께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오늘입니다.
홍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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