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뢰와 지속가능경영
전통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소비자가 기업과 브랜드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최근엔 기업의 신뢰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사망자의 70퍼센트를 초래한 것으로 알려진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옥시제품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주부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옥시 측의 증거 조작 의혹, 뒤늦은 사과, 늑장 대응 등도 주부들의 불매 운동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된다. ‘빨래~끝!’ 이라는 광고문구로 유명한 옥시는 옥시크린과 오투액션, 섬유유연제 쉐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 물먹는 하마와 냄새 먹는 하마, 옥시싹싹 브랜드 등의 청소용품도 옥시의 주요 제품이다. 이 밖에도 비트 제모크림, 손 세정제 데톨, 의약품 개비스콘과 스트렙실 등이 있다.
어떤 소비자는 “5년 전 사건이 아직도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제품을 판 브랜드는 사건을 은폐, 조작하려 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정확한 보상이나 사과 없이 이제 와서 검찰 소환조사에 따라 사과를 하고 있다”며 “진정성도 없는 살인기업 제품은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런 부도덕한 기업들은 발붙일 곳이 없도록 전 제품 구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자 반응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내고도 실험 결과를 조작·은폐한 정황이 포착되자 소비자들이 옥시 제품 전체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사건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지난 5월18일부터 24일까지 B소셜커머스에서 옥시 제품 매출은 일주일 전보다 두 자릿수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옥시싹싹’은 45%, 제모제 ‘비트’ 39%, ‘데톨’ 21%, ‘옥시크린’ 20%, ‘하마’ 시리즈는 12% 각각 급감했다.
A오픈마켓의 경우 같은 기간 일주일 동안 전체 동일 상품군(세제)의 매출은 한 주 전 대비 9%,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 늘었지만 옥시 제품이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표백제 매출은 일주일 전 대비 4%, 전년 대비 8% 오히려 줄었다. ‘물먹는 하마’ 등 하마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절반가량인 제습제도 한 주 전 대비 8%,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 매출이 감소하였다.
C소셜커머스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청소용품인 ‘옥시싹싹’은 가습기 살균제 파동의 직격탄을 맞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이 66%나 감소했다. 한 주 전보다도 18%나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청소용품 부문에서 경쟁상품인 유한양행의 ‘유한락스’는 전년대비 120%에 이르는 성장률을 보였다.
불매운동(consumer boycott)은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소비자의 집단적인 강력한 대응 행동으로 전개되어 왔다. 국내의 사례로는, 1991년 구미의 두산전자가 페놀을 유출하여 대구광역시와 낙동강 일대를 오염시킨 사건이 있었는데, 이로 인하여 두산그룹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전개되었고 맥주시장의 부동의 1위였던 OB맥주가 1위 자리를 크라운맥주(현재 하이트맥주)에게 내주었다.
해외 사례로는, 패션의류인 Donna Karan과 DKNY 브랜드는 2008년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에 크게 미달하는 저임금을 지불하면서 노동을 착취하고 노동조합 결성을 저지하다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버텨내지 못하고 회사가 노동자들과 차별대우 금지와 최저임금 내지 초과근무 수당의 지급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 글로벌 식품기업인 Nestlé는 2010년 팜 오일 공급망에서 산림훼손으로 인하여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신속하게 8주만에 산림보호단체의 모니터링과 감시를 수용하는 포괄적인 대책을 들고 나왔다.
제품 하자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로는 글로벌 제약업체인 죤슨 앤 죤슨의 진통제 타이레놀을 들 수 있다. 미국에서 1982년 타이레놀 약품에 악의적으로 청산가리를 투입한 사건이 발생하자, 그 사건이 발생한 일리노이주 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매장에서 모든 타이레놀 약품을 리콜하고, 약품 용기를 훼손시킬 수 없도록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막대한 회사의 손실을 감수하고 신속하게 소비자 신뢰회복에 최선을 다하였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지속가능 경쟁우위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동분서주하지만, 소비자의 신뢰와 믿음을 잃어 버리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기업이 존폐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기업과 브랜드의 명성과 신뢰를 쌓는데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와 노력이 들어 가지만, 그 명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한 순간의 과오와 실수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기업이 신뢰도에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신속하고도 진정성 있는 신뢰회복 조치가 실행되어야 지속가능경영을 기대할 수 있다.
이형재 교수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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