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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1]
 
 
 
     
 
 
 
작성일 : 16-06-01 00:37
   
사골곰탕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8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600 [279]


사골곰탕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저는 단연 사골곰탕입니다. 어머니는 일 년에 한차례씩 겨울이 오기 전에 큰 솥에 소뼈와 내장 등을 그득히 넣고 끓이셨습니다. 사골곰탕 끓이기는 마당의 한쪽에 바람을 막은 임시 부뚜막 같은 곳에서 연탄불을 피워두고 밤이고 낮이고 며칠 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한번 끓이면 조금 덜 뽀얀 국물과 고기, 내장들을 건져내고, 두 번 끓이면 뽀얗게 우러난 국물을 따라내고, 세 번, 네 번을 끓이는 동안에는 모든 뼈들이 분리되고 으스러져서 진하고 탁해 보이는 국물이 만들어 졌습니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어머니는 그 사골곰탕들을 통에 넣어서 냉장실과 냉동실로 분리 보관하셨습니다.


   사실 그때는 집에서 사골을 끓이는 날이면 언니들과 모여 앉아 “이제 한 달 내내 사골만 먹어야 한다.”며 슬퍼했습니다. 어느 날 큰언니는 사골을 먹다가 얼마나 먹기가 싫었는지 토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 해 큰언니는 사골 먹기에서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저와 작은언니는 큰언니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아무리 먹기 싫어도 토하지 않는 건강한 위를 탓했습니다. 어쨌거나 먹기 싫은 파와 후추를 뿌린 뽀얀 국물을 해마다 먹으며 “일단 소금을 뿌리면 다 먹어야 한다. 먹어두면 나중에 다 힘이 된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흘려들으며 겨우겨우 먹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한 학기 등록금만 들고 간 미국 어학연수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한 곳은 설렁탕집이었습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24시간을 운영하는 가게에서 하루 10시간씩 설렁탕을 날랐습니다. 그리고 매일 한두 끼를 설렁탕으로 먹었습니다. 어린 시절 먹기 싫어하던 사골곰탕과 친구인 설렁탕을 날마다 먹으면서 그래도 먹을만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종일 무거운 설렁탕 그릇을 나르다 보면 배가 고파서 뭘 먹어도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식당에서 식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에 일하는 가게에서 주는 식사가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중국에서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던 룸메이트가 몸이 아파 며칠째 몸져누웠을 때 저는 옆방언니와 함께 새벽시장에 나가서 소뼈를 찾았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인산인해인 새벽 도매시장에서 잘 되지 않는 중국어로 소뼈, 그것도 우족이나 소꼬리를 찾으며 헤매고 다녔습니다. 겨우 찾아낸 크다 못해 처치 곤란인 자르지도 않은 소 다리 뼈를 전기렌지 위에 올려두고 삶고 또 삶아서 국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룸메이트가 기력을 회복하도록 며칠을 먹게 했었습니다.


   지난 주일날 점심 애찬을 무엇을 준비할까 하다가 사골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수술을 받고 기력이 회복되지 않고 치매 기운이 있으신 권사님을 위해서, 강풍에 날아간 하우스를 복구하고 다시 작물을 심느라 고생하시는 교인들을 위해서였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시골 교회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따듯하고 영양가 높은 애찬을 준비하기에 사골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당면을 삶아 넣고 한 그릇씩 담아낸 사골은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저도 이제 가끔 뜨끈한 사골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주일 식사를 마치고 저녁 늦게까지 가스렌지 위에서 사골을 2차례 더 고아냈습니다. 뽀얗게 우러나는 국물을 보면서 앞으로 2주는 걱정 없겠다 싶어서 든든하고 뿌듯했습니다. 사골로 떡국도 끓여먹고, 된장국도 끓여먹고, 그냥 고기를 얹어서 밥을 말아 먹기도 하고, 할 수 있는 요리가 여러 가지입니다. 손님이 와도 성의 없어 보이지 않아 언제든지 내놓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겨울에 먹을 것이 많지 않고,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픈 자녀들은 넷이나 되다보니 해마다 어머니는 사골곰탕을 끓이셨나봅니다. 바쁘면 언제라도 데워서 내놓으면 한 끼 식사로 사용할 수 있었고, 아버지도 좋아하셨으며, 저희에게도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니 최고의 음식이었습니다. 어린 저희들의 입에는 맞지 않았지만 “먹어두면 다 도움이 된다.”는 아버지의 말씀은 사실이었습니다. 사랑과 영양이 듬뿍 담긴 음식을 먹은 것이 체력의 기초가 되어 여태 큰 질병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삼류 음식은 영양은 부족하지만 한 순간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이류 음식은 몸에 필요한 영양만을 제공하며, 일류 음식은 몸과 마음을 함께 살찌게 합니다. 요리는 창조 작업이라고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정신의 작용 없이 훌륭한 일품요리는 탄생하기 어렵습니다. 사랑과 애정, 배려와 연구가 영양도 풍부하며 사랑도 듬뿍 담긴 요리를 만들어 냅니다.


    당장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일시적인 쾌락과 만족보다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육신의 필요만을 채우기 보다는, 우리의 육신과 영혼을 함께 성장시키는 삶을 생각하고 결단하며 걸어가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 눈에 보이는 육신의 성장을 이루어 내고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진가를 드러내듯, 영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바르게 살아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선조들의 지혜가 담기고 부모님의 사랑이 담긴 음식을 먹고 강건해진 것처럼, 믿음의 조상들의 지혜와 사랑이 담긴 주의 말씀을 듣고 살아가며 영과 육이 함께 강건해져 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홍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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