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이론
어느 주일 담임목사님의 설교로부터 재미있는 이론을 알게 되었다. 이름하여 ‘깨진 유리창 이론’. 이론의 근원은 1969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박사의 실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짐바르도 교수는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두 대의 자동차를 보닛을 열어 놓은 채로 일주일을 방치했다. 똑같이 보닛을 열어 놓았지만 두 자동차 사이에는 실험을 위한 작은 차이가 있었다. 즉, 둘 중 한 자동차의 창문을 조금 깨 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났을 때 이 작은 차이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왔다.
유리창이 온전한 자동차는 일주일 동안 그 어떤 해나 변화도 겪지 않았던 반면, 차장이 깨진 차는 방치된 지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말았다. 곧이어 타이어가 모두 도난당했고, 차는 낙서와 쓰레기 투기로 더럽혀지기 시작했으며, 차는 급격한 속도로 파손되기 시작됐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때 이 깨진 유리창의 차는 거의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괴되고 말았다. 단지 유리창을 조금 깨 놓았을 뿐인데 유리창이 멀쩡했던 차와는 오염과 파괴와 약탈의 정도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만 이 실험은 그 후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이론은 범죄학자 조지 켈링 박사가 엄청난 범죄율을 기록했던 1980년대 뉴욕 지하철에 실제로 적용하여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다. 지하철 흉악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그가 제안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뉴욕 지하철을 뒤덮고 있었던 낙서를 깨끗하게 지우는 일이었다. 범죄를 단속해야지 한가하게 낙서나 지울 때냐는 교통국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통국장은 켈링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무려 5년에 걸쳐 완전히 낙서를 지웠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낙서를 지우기 시작하고부터 흉악범죄 발생률이 줄어들더니 최종적으로는 뉴욕 지하철의 중범죄 사건이 75%나 줄어들게 되었던 것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거창하게도 사회이론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지만 이 사태는 실상 우리가 일상에서 늘 겪는 일이기도 하다. 조금만 지저분하고 쓰레기 한두 개가 떨어진 곳이면 금방 쓰레기가 쌓이기 일쑤고, 쓰레기통을 찾아 버리겠다고 손에 꼭 쥐고 있던 휴지를 어느 길가에 두세 개 떨어져 있는 휴지 곁에 쉽게 던져버리던 일 또한 흔하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모습들은 우리 마음속에서도 늘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엄청난 죄나 커다란 악이 아니다. 우리 영혼의 파멸은 아주 작은 오물, 아주 사소한 악으로부터 시작된다. 잘못된 작은 습관 하나,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쓰레기 한 조작, 이 작은 것들은 순식간에 더러운 모든 것을 끌어들이고 존재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조건을 마련한다.
그러니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고 전력해야 할 목표 중 하나는 아마도 마음의 사소한 쓰레기가 ‘남아 있지 않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아예 낙서가 생기지 않게 하거나 유리창이 깨지지 않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으로 이를 목표 삼아 집중한다면 결국 가망 없는 영적 완벽주의에 빠지게 되고 말 것이다. 우리의 실제적인 목표는 손쓸 도리 없이 생겨나는 낙서나 깨진 유리창을 끊임없이 ‘즉각’ 지우고 보수하는 일이다. 그 주위가 더 지저분해지지 않게, 더 큰 악이 모이지 않게, 생긴 즉시 영혼의 더러운 낙서를 지우고, 마음의 창을 보수해야 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최선이 아닐까?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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