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끝없는 추락
교회개혁과 관련하여 벌어진 한 토론회였다. 나는 한국교회가 이렇게까지 추락을 했으니 이제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을 했다. 그런데 다른 토론자가 아직 멀었다고 했다. 지금 잡아봤자 정신 못 차리니 더 타락하고 망가지도록 놔두어야 한다고 했다. 끝에 가서 바닥을 완전히 쳐야 정신을 차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시 나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얼마나 더 망가질 것이 있고, 더 무너질 것이 있냐고, 이제는 한국교회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야 할 때라고 했다. 그리고 혼자 생각했다. 이 사람은 한국교회에 대한 애정이 없다, 비판만 하는 것 아닌가하는 것이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었는데 결국 그가 옳았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게 끝이고, 더는 추락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은 이미 그 기간 동안 꽤나 많았다. 하지만 끝은 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한국교회를 비판하던 언론이나 여론이 잠잠해졌다는 것이다. 성인이 된 남매가 짜고 아버지를 죽인 사건에서 자매가 전도사 출신이고, 최근에는 강남역 여성묻지마살인사건에서도 범인이 신학도였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스치듯 소개하고 만다. 여론도 전도사나 신학도에 관심이 없는 듯 무덤덤하다.
과거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언론이 목사나 전도사, 신학도를 부각시켰을 것이다. 더군다나 안티기독교가 판을 치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침소봉대가 되어서 한국교회 전체를 매도했을 것이다. 아니 이러한 사실이 없을지라도 안티기독교 세력은 유언비어를 만들어서라도 한국교회와 연관을 시키고 ‘개독’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댔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소위 이야기하는 조두순 사건이었다. 어린아이를 처참하게 성폭행한 그 끔직한 사건이 하필 교회 화장실에서 벌어졌다. 안티기독교는 갑자기 조두순이 목사라고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렸다. 그런데 한 일간지가 이걸 받아서 신문에 썼다. 물론 실수를 인정하고 급히 내리기는 했지만 이미 안티기독교는 언론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그 이야기를 일파만파로 퍼뜨리고 말았다. 과거에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은 살인과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꿈쩍을 안 한다. 언론도 그렇고 인터넷 세상도 그렇다. 그 이유를 짐작한다면 이제는 기독교에 대해서 기대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기독교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목사가, 전도사가, 신학도가 그런 끔찍한 일을 벌여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치 어떤 서울시민이 살인사건을 일으켰다는 것과 같이 별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연예인들 얘기가 악플도 관심이라고 한다. 무관심보다는 악플이라도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 무관심이 이제 더 이상 기독교에 대해서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표징이 아닐까 싶어서 불안하다. 끝 모르게 추락하는 한국교회의 표상 앞에서 회개조차 나오지 않는 이 현실이 두렵고 떨릴 뿐이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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