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부자만도 못한 지도자들
미국 뉴욕만큼 숱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도 드물어 보입니다. 노숙자만 8만 명 이상에 이른다고 하지요. 어린이 빈곤율 역시 기록적으로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게다가 성인들을 위한 직업기술 교육등 구조적으로 사람들을 빈곤에서 건져낼 수 있는 사회적 여건도 열악하답니다. 낙후된 도로와 터널, 공공시설의 부족과 공교육의 후진성 또한 뉴욕의 극심한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손꼽힙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제시되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사람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뉴욕의 극심한 소득 불균형을 줄이게 될 것이다. 이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득 상위 1%의 부자들에게 더 높은 소득한계 세율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저소득층의 소득세율은 지금보다 낮춰줘야 한다.’
이 내용만을 놓고 보면 진보적인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주장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 뉴욕의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의 주장입니다. 이들은 뉴욕의 소득세율 개정안을 앞두고 뉴욕의 경제 사회적인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세금을 더 내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부자 51명은 실제로 자신들의 세금을 더 올려달라는 청원서를 주지사에게 냈습니다.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들은 왜 세금을 더 내려고 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처럼 빈부격차가 계속되면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그들의 안정적인 경제 수입이 위협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기업가이자, 투자자로서 장기적인 경제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사람과 인프라, 그리고 커뮤니티에 대한 강력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뉴욕 부자들의 주장이 알려지기 한 달여 전, 2월 25일에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보고서를 분석한 기사가 매일경제신문에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보고서의 핵심을 이렇게 전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의 진원지는 ‘빈부격차’다. 우리 사회는 경제력 차이로 인한 위화감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분노사회를 넘어 ‘원한사회’가 되고 있다.” 국민대통합위원회 보고서는 한국 사회의 갈등 양상이 사회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단정합니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젊은 세대에 국한된 것으로 보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젊은세대, 기성세대 할 것 없는 광범위한 사회현상입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처절한 보고서가 나왔음에도 거기에 대한 후속조처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보고서는 신자유주의의 폐혜가 고스란히 고여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음을 경고하고 있지만 정부나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들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회를 위한 정책이 어디에 있습니까. 다만 국회의원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한 표를 얻기 위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퍼포먼스에만 열을 올립니다. 우린 또다시 그걸 용인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뉴욕의 부자만도 못한 정부와 정치 지도자 밑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만 먹는 이스라엘의 목자들은 화 있을진저...너희가 살진 양을 잡아 그 기름을 먹으며 그 털을 입되 양 떼는 먹이지 아니하는도다”(겔34:3-4).
이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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