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새로운 프레임을 짜자
올 해 개신교회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거가 있습니다. 감리교회의 감독선거와 감독회장 선거가 그것입니다. 감리교회는 말 그대로 감독 치리를 골간으로 하는 교회입니다. 특히 감리교회의 감독회장은 장로교회의 총회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감독회장은 150만 감리교회의 영적 지도력은 물론이고, 감리교 본부와 재단법인 감리교회의 결재권과 치리권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감독회장의 임기는 4년입니다. 임기 중에 다른 개신교회 형제 교단들의 총회장이 바뀌는 것을 4번이나 경험합니다.
따라서 감리교회의 감독회장은 감리교회는 물론이고 한국개신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매우 중요한 자리입니다. 어떤 인물이 감독회장이 되느냐에 따라 한국개신교회의 빛깔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감리교회의 내부 사정을 보면 올해 치러지는 감독회장 선거는 또 다른 차원의 절실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2004년에 도입된 4년 전임 감독제는 단 한 차례만 정상적으로 시행이 되었습니다. 2008년의 선거는 감리교 대혼란의 시발점이 되었고, 2012년의 선거 역시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파행을 겨우 면한 이름 뿐의 전임감독이었습니다. 올 해 선거는 10년 가까이 추락을 거듭해 온 감리교회가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건강한 감리교회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이미 자천 타천 여러 후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후보들의 선거공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감리교회를 살려낼 수많은 약속들을 쏟아낼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공약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첫째는 공약이 아주 엇비슷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온갖 좋은 약속들을 경쟁적으로 남발하지 않겠습니까. 둘째는 상대적으로 젊은 40대와 50대 초반의 유권자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리교회가 갖고 있는 역사적 유산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 취약한 이들 세대는 아무리 그럴듯한 공약에도 그건 당신들의 이야기라며 결코 냉소의 벽을 허물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감독회장 선거는 얼마나 과감하게 공생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공감의 폭이 형성될 것입니다. 원래 감리교회는 개신교 가운데 공교회성을 가장 풍성하게 갖고 있는 교회입니다. 하지만 한국 감리교회의 공교회성은 형해화(形骸化)되고 말았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함으로 감리교회의 자랑스러움을 꿈꾸게 해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올 해 치러지는 감독, 감독회장 선거는 새로운 감리교 운동의 장이 되어야합니다. 이 운동은 새로운 선거 프레임을 짤 때에만 가능합니다. 기존의 선거 프레임은 돈과 조직이었습니다. 새로운 프레임은 당연히 돈 안쓰는 선거입니다. 우선 후보자는 선거에 쓸 돈이 없다는 것을 선언해야 합니다. 대신 감리교 구성원에게, 한국개신교를 향해 새로운 감리교 회복을 강력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참여와 후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 응답의 강도 속에 진정한 감리교회의 회복과 새로운 교회 지도력의 탄생의 가능성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이 운동이 가능할까요? 두 가지가 전제됩니다. 후보자의 진정성 있는 결단과 꿈의 제시, 그리고 외면하지 않고 깨어 응답하는 유권자!
이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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