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50일 남고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50일도 안 남았다. 아직 선거구가 확정되지 못해서 정치권은 혼란이다. 오늘은 한 야당에서 컷오프라는 새로운 단어를 가지고 나와서 현역 국회의원 10명을 공천심사의 과정에서 아예 빼겠다고 하고 본인들에게도 공고를 했다고 한다. 이 10명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의원들도 꽤 있어서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한때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졌었고,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분들도 이제 구시대의 인물이 되어서 기본 과정에서 제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는 놀라움을 넘어 꽤 충격을 주는 일이었던 것 같다. 이에 더해 앞으로 이 당은 현역의원의 20%까지를 이러한 컷오프를 하겠다고 하니 꽤나 흥미진진하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한 분이 말하는데, 국회의원을 다 갈아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흥분했다. 국회의원들이 모두 못돼 먹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이고, 무능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도대체 정치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이다. 국민들의 이러한 정서가 있으니 선거를 앞둔 다급한 정당에서 기존 국회의원의 20%를 기본적으로 배제하겠다거나, 또는 지역물갈이부터 혁명적인 물갈이까지 공언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치에 대해서 실망을 쌓아가고 있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속이 시원하다. 국회가 맨날 싸움이나 하고, 민정은 챙기지 못하고, 국민들은 경제가 무너져서 죽는다산다하고 있는데 니 편, 내 편이다 찾고 있고, 그나마 같은 당에서도 네가 진짜네, 가짜네를 찾고 있으니 무슨 맘으로 이들을 동정하겠는가.
그런데 우리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이런 시나리오를 처음 보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도 이런 타령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때는 기존 국회의원의 물갈이 수준이 거의 홍수급이었다. 그전에는 안 그랬는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후보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뒤바뀌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총선이 지나고 나면 국회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정당도 정치도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존의 의원들이 사라지고, 기존의 정치권이 낙마를 했는데도 정치의 판도는 바뀌지 않았고, 그래서 국회의 모습도 변하는 것이 없었다.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읽어서 기존 국회의원을 떨어뜨리고, 정당들은 젊은 피 수혈이니 전문인 영입이니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들여온다. 선거 때 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으로 유입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부분 그들은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고, 사회적 역할을 잘 감당하며 이 사회의 리더십을 구성하던 사람들이었다. 거기에는 시민운동가도 있고, 교수도 있고, 문화인도 있고, 전문영역의 인물들도 있다. 그런데 정치는 블랙홀처럼 이들을 빨아들여 그 형체를 무너뜨리고, 그렇고 그런 정치인으로 만들어 놓는다. 정말 국회와 정치는 마법과 같아서 그 어떤 대단한 인물이라도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들고 만다. 저 혼자 바보가 되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그 놀음에 하나가 되어서 나라를 무너뜨리고 만다.
결국 이 사회의 많은 인물들이 정치의 용광로를 거쳐 보잘 것 없는 공장형 바보인형이 되고, 이 사회는 인물을 잃어버리고 리더를 잃은 불쌍한 무리가 되고 만다. 이러한 구조로는 이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이번 총선에도 속풀이용 공천이 되고, 정치에 때 묻지 않았다는 신선한 인물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당신들이 데려왔던 그 신선한 인물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밝혀달라고 해야 한다. 자꾸 사회적 토대를 무너뜨리지 말고, 그냥 하던 분들이나 하라고 한 마디 던져야 한다. 이왕 버린 몸, 그냥 당신들이나 하면 어떠냐고, 사람이 바뀐다고 무엇이 바뀌겠냐고 퉁이라고 한 번 던져 보아야 한다.
선거는 다가오는데 앞이 안 보여 한 마디 그냥 던져본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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