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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0]
 
 
 
     
 
 
 
작성일 : 16-02-15 22:42
   
도움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62  


도움


   명절을 보내고 두 아이는 큰이모네 집에서 방학을 보내기 위해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게 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두 아이 모두 엄마 없이는 다른 집에서 잠을 자지 않았는데 언제 이만큼 자랐는지 아주 시원스럽게 이모네 집에서 일주일을 지내고 오겠노라며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들 없이 지내는 일주일 동안 시간이 없어 미뤄두었던 일들을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진부령으로 내려왔습니다.


   저녁 늦게 집에 오니 연휴동안 내린 눈이 쌓여 있고 집 안에는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을 안에서도 수도가 어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 그저 다음날 녹이면 되려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 낮 시간 내내 남편은 드라이기로 얼어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곳을 녹여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하루 정도는 물 없이 어떻게 버텨볼 수 있었지만 수도를 녹이기까지는 닷새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끼리 수도를 녹여보려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고, 장로님이 다녀가시고, 마을 이장님이 다녀가시고, 이후에는 수도사업소에서 굴착기를 가지고 와서 땅을 파고 마당에 묻힌 배관을 잘라내 얼음을 녹였습니다. 그렇게 화요일부터 얼어있던 수도가 주일 예배를 시작하기 전에 뚫렸습니다.


   씻고 출근을 해야 했던 저는 아랫마을 지인의 집에서 3일을 숙식했습니다. 그나마 아이들이 이모네로 가고 없어 조금 덜 부산스러웠습니다. 두 부부가 사는 집에 저와 남편이 가서 신세를 지자니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물이 나오지 않으니 산 아래로 20km를 가야 있는 목욕탕을 아침저녁으로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렇게 3일을 지내는 동안 저녁이면 주인 부부와 저와 남편 네 사람이 모여 앉아 야식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아침이면 주인 부부가 교대로 볶음밥이며 된장찌개를 해 주어서 평소보다 더 든든히 잘 먹고 다녔습니다.


   수도가 얼어있는 동안 남편은 낮이면 계속 진부령에 올라가 수도를 점검하고 녹였습니다. 저도 토요일 저녁에 주일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진부령으로 올라왔습니다. 주일이면 함께 공동식사를 해왔지만 주일 예배 전에야 겨우 수도가 녹아 물이 나왔으니 점심 식사도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나온 군인들은 진부령 정상의 식당에서 점심을 사서 먹이기로 하고 교인들은 하루 점심을 거르고 일찍 집으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배시간에 딸의 고등학교 진학을 축하받은 한 집사님께서 교인들의 점심 식사를 대접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수도가 얼어 불편한 가운데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며칠 동안 참 고맙게 잘 지냈습니다. 부담스러울까 걱정했던 지인 부부는 식탁을 함께 하면서 웃고 떠드는 동안 저희 부부의 선한 이웃으로 성심을 다 해 주었습니다. 저와 남편도 무척 자연스럽게 잘 먹고, 그네들의 안방을 차지하고 잤습니다. 잘 주는 것도, 잘 받는 것도 마음을 다해야 하는 일입니다. 교회와 마음의 거리가 멀던 이장님도 몇 차례나 저희 집에 오셔서 상황을 점검하고 남편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가셨으니 의미 있는 수확입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다 가기까지 농사일이 바빠 교회에 못 나오시던 집사님이 기쁘게 모두가 둘러앉을 식탁의 자리를 마련하고 초대해 주시니 서로의 마음이 환합니다. 눈을 맞으며 굴착기로 수도관을 뚫어주신 네 분의 수도사업소 선생님들께도 감사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부담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러워 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어렵고 갈등을 견뎌내는 것이 아프기 때문에 차라리 외로움을 즐기는 쪽을 택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의 인생에 간섭하는 것이 싫은 것만큼 나도 다른 사람의 삶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 깔끔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일날 함께 이야기를 나눈 청년도 “저는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내가 누군가 필요할 때 제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저는 매일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첫째는 ‘물’이고 둘째는 ‘도움’입니다. ‘물’이 저에게 시련이라 생각하면, 그 시련을 통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물’이 저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 생각하면, ‘도움’이 그것을 다시 회복하도록 기다릴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어느 쪽으로 생각하든 ‘물’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리고 ‘도움’은 꼭 필요합니다. 거저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 할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받은 은혜가 거저인 것처럼, 정말 소중한 것은 거저 줄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거저 주기를 기뻐하고 함께 먹고 마시고 부대끼고 웃고 떠들며 갈등과 오해도 풀어나갈 수 있다면 공동체는 더욱 건강해 질 것입니다.


   막힌 담을 헐고 서로를 초청해 도움을 주고받는 일, 점점 어려워지는 만큼 더 가치 있는 일입니다. 주께서 주신 선한 이웃들과 함께 한 생을 살아감이 큰 기쁨입니다. 저도 누군가의 ‘물’이 그의 삶을 어렵게 할 때 거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한 이웃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홍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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