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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18]
 
 
 
     
 
 
 
작성일 : 16-01-16 23:55
   
“오브리가도”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42  


“오브리가도”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외국어 실력과 상관없이 가장 일상적인 몇 마디를 쓰게 마련이다. 대체로 ‘하이’'(Hi)나 ‘차오’(Chao)처럼 습관적인 인사나, ‘땡큐’(Thank you)와 같은 만국공통어가 된 고맙다는 표현일 것이다. 어떤 인사말보다 감사에 대한 그 나라 말을 배우는 것은 여행자에게 참 중요한다. 고맙다는 말처럼 요긴하게 쓰이는 감초같은 단어도 없다.


  포르투갈어로 ‘고맙습니다’는 ‘오브리가도’(Obrigado)인데, 여성형은 ‘오브리가다’(Obrigada)라고 한다. 그 의미는 ‘제가 빚을 많이 졌습니다’라는 뜻이다. 우리 식으로 하면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라고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어로 ‘고맙습니다’는 ‘그라시아스’(Gracias)인데, ‘은혜를 입었습니다’란 의미이다.


 
  고마움을 전하는 짧은 단어에도 감사의 의미가 넉넉히 함축되어 있다. 한낱 지나가는 말로 하는 감사일망정 형식적 의례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말 ‘고맙습니다’에도 ‘충분합니다. 이제 그만 하십시오’란 뜻이 담겨있다지 않는가? 이렇듯 모든 감사에는 ‘사랑의 빚진 자’ 의식이 담겨 있는 법이다. 사회적 인간이라면 누구든 이런 빚진 마음을 지니면서 산다.


  ‘고맙습니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과분하다’란 말과도 통한다. 과분(過分)은 말 그대로 ‘분에 넘치다’란 뜻으로, 그 정도가 기대 이상이란 의미다. 사실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리 없다. 그러니 기왕 인심을 베풀 거라면 상대방이 기대한 것보다 조금 더 인심을 쓸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과분하다고 느끼면 그때는 신세라는 생각이 들고, 서로 사랑의 빚을 갚으려고 하면 각박한 사회조차 ‘고마운 세상’이 될 것이다.


  미국 사람 제프리 리프킨이 <우리는 한국이 두렵다>란 책을 썼다. 그는 한국인들의 말투를 걸고, 넘어진다. 일례로 대개 영어로 “How are you?”라고 물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I'm fine”이라고 대답하는 게 보통인데, 한국 사람들은 많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요즘 어때요?”라고 가볍게 물어도, “좋아요” 또는 “잘 지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손꼽을 정도라고 한다. 가장 흔한 대답이 “그냥 그래요”, “매일 사는 게 똑같지요”이고, 조금 특별한 일이 있으면 “말도 마세요. 아주 죽겠습니다” 라고 엄살을 부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략 두 가지 정도로 그 이유를 압축하여 분석하였다. 하나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란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내가 잘 지낸다고 하면 괜히 상대방이 배 아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배어있다. 또 하나는 현실적이고, 타산적인 이유인데, 내가 잘 지낸다고 하면, 주머니 사정이 좋아졌다는 뜻으로 이해하여, “밥이나 한 끼 사라”고 강요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란다. 한국인으로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사실 ‘바쁘다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나, ‘죽겠다 죽겠다’를 이마에 붙이고 사는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 일상의 여유가 없고, 마음도 변덕스러우니 상대방을 배려할 수도,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지도 않는다. 인생이 감사할 이유를 찾지 못할 만큼 각박한 까닭은 삶의 가치가 이기심으로 계량화(計量化)되어 있기 때문이다.


  칠레에 사는 인디언 ‘마푸체 족’은 누구나 특별한 지도를 갖고 산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장차 성스러운 낙원인 ‘우엘렌’에 가게 될 것을 기대하는데, 평소에 그곳을 찾아 갈 수 있는 지도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지도는 바로 그 사람의 얼굴이다. 마푸체 족은 자신의 얼굴이야 말로 지구상의 유일한 지도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얼굴을 구기고, 인상을 찡그리며 사는 사람은 결코 우엘렌에 가는 비밀의 길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이다. 그들은 우엘렌에 이르기 전에 이미 행복한 낙원의 삶을 살아가는 셈이다.


  새해도 어느새 보름이 지났다. 계획대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감사하면서 사는 일은 어렵지 않다. 탈무드는 말한다. “누가 가장 풍족한 사람인가? 늘 감사하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날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란 과분함으로 산다면, 우리는 이미 낙원의 일등시민일 것이다. 그런 꿈조차 꿀 수 있는 여유는 역시 과분한 일상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송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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