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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19]
 
 
 
     
 
 
 
작성일 : 15-12-26 20:48
   
귀가 길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53  


귀가 길


  성탄 이브, 고성군 현내면 대진에서 동서울 행 아침 8시 반 버스를 탔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은 아주 소박하고, 한적하였다. 마치 군부대 공터에 버스가 서 있는 듯하다. 버스 티켓을 팔고, 좌석을 관리하는 아주머니는 손님들에게 ‘따듯한’ 반말로 응대하기 일쑤였다. 손님이 전부 손자뻘 어린 군인들이기 때문이다. 전방 DMZ에서 나온 군용트럭이 휴가병들을 내려놓고 천천히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맨 앞자리에 앉아 버스 정류장 마다 살펴보았다. 대진에서 출발한 버스는 곧 거진에 들렀는데, 민통선 부근 소읍은 마치 드라마 세트장 같이 단정해 보인다. 보이는 승객은 군인들 뿐, 성탄일을 앞두고 참 한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군소재지 간성읍 고성터미널에 이르자 갑자기 북적였다. 군인 승객이 얼마나 몰렸는지, 실강이가 벌어져 버스가 한 동안 지체되었다.


  오늘 따라 유난히 제대하는 전역병이 많다고 했다. 부대원 이름을 빽빽이 수놓은 예비군 모자를 걸쳐 쓴 채, 귀가하는 발걸음이 그리 급하지 않은지 어슬렁거린다. 이곳에서도 터미널 아주머니는 다 큰 군인들을 초등학생 대하듯 ‘친절히’ 순서를 정해주었다. 소란하던 군인들은 누구도 이의 없이 그대로 따랐다. 원주 행 병사 6명을 우선 태웠는데, 이 버스는 갈아탈 버스가 기다리는 원통에 들러 가기 때문이었다. 오늘 따라 성탄 휴가병이 많은지, 곧 임시버스 한 대가 충원된다고 했다.


  진부령 직전, 간이 정류장에서는 줄서서 기다리던 열 명의 병사 중 단 한 명도 태우지 못하고 그냥 떠났다. 그들의 서운한 표정이 오랜 남았다. 입석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보니 예전의 그 강원도 버스가 아니었다. 다행히 자리 잡은 군인들은 스마트 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거나, 이어폰을 끼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버스는 진부령 고갯길과 인제, 원통을 지나 어느덧 춘천 간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귀가 길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걷기도 마지막 날, 속초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일찌감치 고성에 들어섰다. 목적지 거리와 시간을 따져본 후 오후에는 걷기를 마무리하고, 금강산 길을 급히 돌아봐야겠다고 결정하였다. 민통선 아래 마달교회 박 목사님 도움으로 금강산 가는 길을 따라 고성통일전망대에 오른 후, 돌아오면서 DMZ 박물관, 화진포를 둘러보았다. 오며 가는 길에 전방 근처 마을의 고달픔과 교회의 형편도 들었다.


  금강산 길이 끊긴지 어느새 7년째이다. 처음 금강산이 열리면서 세워진 화진포 부근 현대 금강산콘도나, 최북단 마을 명파리에 촘촘히 세워진 관광지 입간판들은 유난히 텅 빈 느낌이었다. 남북 간 합의로 동해선 대진 역에서 금강산청년 역 사이에 철길을 새로 깔고 개통식을 했지만, 언제쯤 다시 기적 소리가 울릴 지는 예약이 없다. 비록 이상기온으로 겨울철에도 바닷바람은 따듯했지만, 금강산 관광의 봄소식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런 봄을 나르려는 마음으로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해안 휴전선 어귀까지 나흘순례를 다녀왔다. 비록 담이 막히고, 벽은 높지만 우리는 기도할 수 있고, 맴돌 수 있다. 다만 노래 부를 수 있고, 등불을 켤 수 있다. 기다림의 의미를 가르쳐준 실야 발터는 이렇게 말한다. “주여 누군가 도망치지 않고 당신을 참고 견뎌야 합니다. 당신을 인내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그이는 한결같이 “당신처럼 눈부시고 경이로운 존재”를 고대하였다.   


  성탄을 앞둔 저녁을 ‘크리스마스이브’라고 부른다. 그 ‘이브닝’은 밤의 경계를 허물고 이 땅에 빛으로 오신 하나님을 맞이하는 시간이다. 하나님의 부재를 지독하게 느껴본 사람만이 주님의 임재를 희망으로 예비할 수 있는 법이다. 고달픈 전방의 삶을 견뎌낸 젊은 병사들일수록 귀가 길이 반갑고, 그리울 것이다. 그렇게 주님의 오심을 기다려야 한다. 성탄은 연례행사가 아닌 그런 가능성을 일깨워 주는 눈부신 표지판이더라. 


송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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