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계획.
9월부터 목회자 세미나가 활발하게 열린다. 올해는 특별하게 신년목회계획세미나에서 강의하는 일이 4개나 잡혀 있다. 교단과 신학교, 그리고 목회자 단체 등에서 신년목회계획세미나를 하는데 강의를 해달라고 해서 수락을 하다 보니 4개나 해야 한다.
세미나에서 부탁한 주제들이 각각 다르니 준비로 분주해지기 시작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 내가 실천신학을 전공하고, 특별히 목회사회학을 주 전공으로 하니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목회는 그에 맞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다보니 이거 내가 무당노릇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회의가 들었다. 미래를 점치고 어떻게 하라고 말해주는 것이 사뭇 점치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목회계획세미나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목회자들을 상대로 하는 세미나들을 보면 특별한 비법을 전수해 주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어느 유명한 세미나는 자신들이 제시하는 매뉴얼 그대로 적용해서 하면 부흥할 수 있다고, 그런데 조금이라도 고치면 책임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들어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대부분 어떤 장기를 가지고 목회가 커진 분들이 자신의 비법을 전수해 주겠다는 세미나를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얘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어떤 세미나에는 매 번 수 천 명의 목회자가 모인다고 하는데 그런 목회를 유지하고 있다는 교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오히려 그런 프로그램을 적용하다가 교회가 분열되는 일이 생기고, 자기 교회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부작용이 일어나는 교회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목회는 재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는 바른 비전과 목회자의 헌신이 중요한 것이지, 그 외의 것은 그것을 담고, 표현해내는 기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목회에 대한 바른 비전이 없다. 왜 목회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의 정립이 없이 예수 믿고 마음이 뜨거워져 그저 헌신하는 마음으로 목회를 시작하고, 이왕 시작한 것 사람 많이 모이는 교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 모을 수 있다는 목회비법만 찾게 되고, 그것의 결과가 결국 한국교회에 많은 목회세미나를 만들어낸 것이다.
좋은 약도 체질에 맞아야 하고, 약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초체력이 있어야 하고, 환경과 여건도 작용해야 약효를 발휘하는 것이다. 목회의 방법도, 누가 가르쳐 주는 목회 비법도 자기 교회에 맞아야 하고, 교회가 가지고 있는 여건, 목회자의 자질 등이 맞아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회자의 비전이 무엇인지, 교회가 바라보아야할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과 방법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교인들도 새로운 프로그램이 들어오면 그걸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천천히 신년목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때인데, 함께 진지하게 이 시대에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어떻게 공유할지,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우리 교회를 통해 어떻게 실현할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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