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지난 12일, 산업통산부 에너지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측에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폐로를 권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참 잘한 결정입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 1호기는 이미 2007년에 설계수명 30년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의 요청을 받아들인 탓에 고리원전 1호기는 계속 가동 중입니다. 한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2차 연장 신청을 했고, 어찌된 일인지 산업통산부는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왔습니다. 그러다가 심상치 않은 여론에 떠밀려 어렵사리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폐로 결정을 한 것입니다.
이번 고리원전 1호기 폐로 결정의 일등공신은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800만 주민들입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에너지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진 후, 이를 일치단결한 부산시민의 힘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급격하게 높였습니다. 단 한 번의 실수나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된다는 것을 똑똑히 본 것입니다. 그런 불안감은 시한폭탄과 같은 노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원전에서 만의 하나라는 말은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일본은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지을 수 있는 지역의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이를테면 ‘12만~13만년 동안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는 단층’에서 ‘40만년 동안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는 단층’이 그 기준입니다. 그러니 원전이 얼마나 고밀도의 안전성을 요구하는 설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고밀도의 안전성을 계속 유지하면서 원전에서 전기를 얻을 것인가가 오늘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입니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이런 고밀도의 안전성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하는 것이지요.
흔히 중국을 원전대국이라고 합니다. 가동 중인 원전이 23기나 되고, 건설 중인 원전이 26기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 비 화석에너지의 발전량이 22.5%에 이르는 자연에너지 강국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전기발전량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입니다. 정부는 이 비중을 29%로까지 올린다고 합니다. 태양광과 풍력등 자연에너지를 통해 얻는 전기발전량은 얼마일까요. 1.9%에 불과합니다. 세계 꼴찌 수준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와 같은 전기 생산 정책을 바꿀 의향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전기 생산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은 희망입니다. 작년 4월 개신교 최초로 설립된 ‘기장 햇빛발전 협동조합’이 눈에 띕니다. 무엇보다도 이 조합은 한 교단의 이름으로 설립된 최초의 전기 생산을 목적으로 한 협동조합입니다. 그동안 교회 안에서 전기절약 차원의 운동은 수없이 강조되었지만,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운동은 별로 시도되지 않았습니다.
‘기장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출범하면서 해마다 시간당 100kw의 전기를 생산하는 햇빛발전소를 세워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한 해 동안 50kw급의 발전소를 세웠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박수를 보낼 일입니다. 이런 운동의 영향으로 ‘감리교 서울연회 환경위원회’에서도 교회햇빛발전소 설치사업을 심도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득 햇빛발전소를 구성하는 저 시커멓고 볼품없는 태양광 패널이야말로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하나님나라를 보여주는 작은 희망의 창문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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