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보라
우리를 찾아온 외국인 친구 사라 브라허가 자기 고향교회 회보에 색동교회를 소개하였다. 제목은 ‘정말 독일과 달라요’이다. “와우!” 색동교회가 독일의 중요한 교회저널에 소개된 것이다. 독일 바이에른 주 개신교회에 속한 미스바하과 하우스함, 두 교회는 아주 작은 시골에 있어, 두 지역 교회가 함께 회보를 만든다. 두 도시 인구가 2만 명도 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마 발행부수가 천부도 못될 것이 분명하다.
사라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독일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면서 한국의 대도시인 안양으로 1년 간 교환학생이 되어 방문하였다. 관양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귀국하였다. 그 기간 동안 색동교회를 다니는 가정에서 살면서 홈스테이 부모와 함께 교회를 다닌 것이다. 본래 아빠를 따라 가톨릭 출신인데, 엄마가 개신교인이어서 어색해 하지 않았다. 가톨릭과 개신교회의 경계를 어색해 하지 않고 그 문턱을 잘 넘나들었다.
그가 호기심으로 바란 본 색동교회를 자기 모국어로 소개하려는 마음을 품은 일은 참 대견스럽다. 그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호기심의 시선’처럼 느껴진다. 얄팍한 미스바하-하우스함 교회 회보에서 두 쪽에 걸쳐 소개한 사라 특파원의 글은 “내 이름은 사라이고, 16살이며, 지금 한국 서울 근처 안양시에 살고 있습니다”로 시작한다. 자신은 YFU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지내는 동안 지금 소개하는 색동교회를 다닌다고 친절하게 배경설명을 하였다.
기사는 한국 그리스도인의 공식통계를 인용하는 등 객관적인 접근을 하고 있으며, 5-60명 규모의 교회일망정 주일 예배에 대한 차분한 인상과 친교 분위기를 성실하게 전하고 있었다. 1부와 2부로 구분된 예배의 특징을 알리는가 하면, 청소년들이 예배 후 아침식사를 하고, 어른들은 예배를 마치고 준비된 점심을 먹는다는 애찬의 풍경도 재미있게 소개하였다. 그것이 퍽 신기해 보였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담임목사가 어린 외국인 손님을 교인으로 따듯이 맞아준다고 덕담까지 덧붙였다.
사라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1987년, 한국에 와서 8년 동안 선교사로 일한 룻츠 드레셔 디아콘이 있다. 그가 한국에서 살면서 자신을 파송한 독일교회에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보냈다. 낯선 이방인이 호기심으로 바라본 첫 인상은 지금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는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에 대해 다섯 가지로 특징을 요약하였다. ‘기도를 많이 한다’, ‘성경과 찬송을 들고 다닌다’, ‘매주일 예배에 참석 한다’, ‘한 동네에 부자교회와 가난한 교회가 같이 있다’ 그리고 ‘운전사가 딸린 자가용을 타는 목사도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에큐메니칼 소식지에 소개된 그 글을 읽은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우리 자신의 작은 자랑보다 커다란 치부가 느껴져 몹시 부끄러웠다.
우리는 당연하게 보던 일인데, 그는 낯설게 본 까닭이다. 이렇듯 외국인이 지닌 시선의 의미는 같은 사물을 익숙지 않게 본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도 외국인의 눈은 색다른 관찰을 한다. ‘낯설게 보기’는 종종 진실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제3의 시각은 소중하다.
사라의 호기심이든, 룻츠의 낯설게 보기든 우리에게 정직한 안목을 제공해 준다. 자신을 성찰하는 데 유용한 방법은 ‘마음의 거리두기’가 아니던가?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안경이 유용한 도구가 되는 것처럼, 때로는 너무 잘 안다는 생각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더 두렵다. 비판적인 눈초리 뿐 아니라, 교회 밖의 무심한 시선으로, 우리 공동체 안 냉담자의 눈동자로 자가진단을 해보라. 그러면 당장 개혁할 과제가 눈에 보일 것이다.
송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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