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물고기 이야기
문학의 세계에는 유명한 세 개의 물고기 이야기가 있다. 허먼 멜빌의 "백경" 또는 "모비 딕",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의 "요나서"가 바로 그것이다.
# 집착
첫 번째 물고기 이야기인 "백경"은 1851년에 나온 소설이다. 흰 고래를 잡는 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믿고 있던 에이해브(Ahab) 선장은 선원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흰 고래와 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3일간의 사투 끝에 결국 자신과 선원들이 모두 죽게 되는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된다. 선장 이름의 영어식 발음 ‘에이해브’의 성경적 발음은 ‘아합’이다. 이스라엘의 타락한 지도자 아합왕처럼 에이해브는 자신의 욕망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과 주위 사람들 모두를 파멸로 이끈다.
# 꿈
두 번째 물고기 이야기 "노인과 바다"는 "백경"이 쓰여진 지 약 백년 후인 1952년 헤밍웨이가 탈고한 소설이다. 헤밍웨이는 이 소설로 1953년에는 퓰리처상을, 1955년에는 노벨상을 받았다. 쿠바에 사는 주인공 산티아고 노인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청새치와 역시 3일간 사투를 벌인다. 간신히 잡아 배에 묶어 두었던 청새치는 돌아오던 도중 상어들에게 다 뜯어 먹히고, 노인은 뼈만 남은 청새치와 함께 항구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노인은 여전히 사자 꿈을 군다.
# 비전
세 번째 물고기 이야기는 주일학교 시절부터 익숙한 요나의 이야기이다. 이방 적국의 백성이 구원 받는 것이 싫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피해 달아난 요나. 이런 요나를 하나님은 커다란 물고기 뱃속에 잡아 넣으셨다. 그리고 역시 3일 동안 요나는 물고기 뱃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반항 가운데 목숨을 버리려 했던 요나. 그는 이 3일의 깊은 절망 속에서 끝내 하나님의 자비를 경험하게 된다.
집착은 파괴하고 꿈은 희망한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점에서 서로 같다. 그러나 비전은 자신으로부터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온다. 그래서 비전은 곧잘 내 뜻과는 다르다. 거북하고, 씁쓸하며, 고통스럽다. 문제는 겉보기에는 이 셋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내 속에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잘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생의 목표는 어떤 물고기 이야기와 닮았는지, 내가 품고 있는 이것이 집착인지 꿈인지 비전인지. 어쩌면 지금 나는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집착을 꿈이라고, 더 나아가 비전이라고.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표적을 요구하지만, 이 세대는 예언자 요나의 표적밖에는 아무 표적도 받지 못할 것이다.” (마 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