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알리티
위키알리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위키피디아에서 그 아이디어를 가져온 말이다.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에서 이루지는 백과사전을 말한다. 모두가 참여하여 개념을 만들어가는 형식이다. 즉 한 개념을 올리면 그에 따른 내용은 네티즌들이 보충하여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인증을 얻어서 내용이 점점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이 내용이 아주 풍성해져서 백과사전 이상의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요즘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개념이나 사건, 모두가 궁금할만한 일들에 대해서 찾아볼 때 아주 쓰임이 많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검증된 전문가들에 의해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보니 부정확한 내용이 섞인다는 것이다. 즉 가끔은 엉뚱한, 때론 약간 왜곡된 내용이 첨가되기도 한다.
위키알리티는 이러한 위키(wiki)라는 회사의 이름과 함께 현실이라는 개념의 리얼리티(reality)를 더한 합성어이다. 즉 위키피디아와 같은 형식으로 진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종교없음’이라는 책에서는 이것에 대한 비유를 이렇게 든다. ‘우리가 다 함께 힘을 합치면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진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동의했을 뿐인 진실 말입니다.’ 이 말은 진실이 정말 진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수결로 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비록 그것이 진실이 아닐지라도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 될 때 진실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각종 SNS가 개발되고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론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것에 빗대어 사이버 민주주의가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적으로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토론과 정보의 소통이 이런 가상공간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서 소통되는 정보들은 그 양에 있어서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적으로 매일 아침마다 쏟아져 들어오는 카카오톡 통신과 하루 종일 이어지는 페이스북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다 쫓아갈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곳에는 유명인도 있지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들도 수없이 많다. 또한 그들이 만들어낸 것도 있지만 전달에 전달을 통해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제 이러한 개인통신이 메이저 언론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것 같다. 특히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이나, 또 정론이 아닌 뒤를 캐는, 그래서 자신의 의견에 좌우되는 이야기들이 전하는 이의 인격과 결부되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냥 다수가 이용하는 언론이 아니라 다양한 언로을 통해 개인적으로 전달되는 SNS의 이야기들이 믿을 만 하게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전달되어 오는 것들의 대부분은 그야말로 풍문에 지나지 않거나, 또는 악의적인 왜곡이 첨부된 것들이다. 여기서 문제는 커진다.
위키알리티의 문제처럼 이러한 신유비통신의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의 발표나 공적인 언론의 기사들이 쉽게 무시되고 무너진다. 사실이나 진실은 사라지고 내게 흥미롭거나, 나를 자극하는 것들만 사실이고 진리가 되고 만다. ‘종교없음’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 지식의 민주화가 진리의 민주화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절대적인 것은 없이 다수가 그러려니 하는 것이 사실이고 진실이 되는, 그래서 끝내는 진리마저 무너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가상의 현실이 우리의 현실이 되고, 현실이 이제 가상이 되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의 진리는 무사할지 걱정이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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