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 모인 무교회주의자들
미국교회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아내가 놀란다.
“주일에 120명도 안 모이는 이교회가 오늘은 400명 넘게 모였네요. 저것 봐요. 흥분한 목사님은 소리소리 지르면서 탱큐지저스(Thank you Jesus) 갓이스굿(God is good)을 연발하고 있어요. 전자오르간 반주자는 후렴을 반주 할 때마다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게 벌리면서 온몸으로 건반을 두드리고요”
내가 나가는 미국교회는 부활절 새벽연합예배가 없다. 낮 예배도 시시하겠거니 했는데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교회당이 가득 넘쳤다. 평소보다 3배 넘게 모였다. 순서도 가득했다. 찬송을 6곡이나 부른다. 이교회는 찬송할 적마다 마지막 절을 부르기 전에 꼭 전자오르간 연주를 끼워 넣는다. 청중이 가득하자 오르가니스트가 흥분한 것 같다. 기교를 맘껏 부리면서 빠르게 느리게 높게 낮게를 반복하더니 천둥치는 팡파르를 만들어 낸다
그러다 보니 6곡 찬송 부르는 시간이 9곡보다도 더 길어졌다. 그래도 양이 덜 찼는지 복음성가로 송영 인사 송, 헌 금송, 주기도문송을 부른다. 성가대의 찬양에 이어 트리오의 중창이 이어졌다. 어디서 밴드부가 튀어나와 보컬을 연주한다. 그러자 댄싱팀이 출몰하여 신나게 부활절 퍼포먼스를 펼친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일어나서 헨델의 메시아를 합창했다. 미국인들은 음악 실력이 대단하다. 선명회어린이 합창단 출신들처럼 화음을 넣어 멋지게 콰이어를 만들어낸다. 감리교신학교때 할렐루야를 합창한 적이 있어서 나는 한글로나마 적당히 흉내를 낼 수 있었다. 아내는 그저 할렐루야소리만 열심히 따라 했다. 부활절이라 성찬식까지 하다 보니 예배 런닝타임 2시간 40분. 그래도 지루하지 않았다. 부활절 예배답다.
버지니아 미국교회에서 목회하는 문목사에게 전화해봤다. 거기도 부활절 예배가 회갑잔치처럼 좋았다고 한다. 평소 70-80명 모이는 시골교회인데 250명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도 그럴까?
“말도 말아요. 부활절 새벽연합예배로 모여 부활절 붐을 조성하고 총동원령을 내리고 부활절 칸타타를 연주해도 꿈쩍을 안 해요. 모이는 숫자가 평소와 같아요.”
왜 똑같은 예수님의 부활인데 미국교회와 한국교회는 반응이 다를까?
미국교회 예배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처음 보는 백인 노인부부와 얘기를 나눠봤다.
“해피 이스터. 선생님이 이교회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걸 보니 원래 이교회교인인가 보죠?”
“아이엠 소리. 이 근처에 살지만 이교회 교인이 아닙니다. 나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크리스천이지요. 교회에는 성탄절이나 부활절 같은 명절에만 나온답니다.”
“하! 무교회주의자 이시군요. 한국에서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아무리 믿음을 가져도 크리스천이 아닌 마귀로 판정받습니다. 그래서 성탄절이나 어떤 절기가 와도 교회에 안 나가지요”
“미국의 무교회 주의자는 그렇지 않아요. 교회에만 안 나갈 뿐이지 집에서 성경보고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크리스천 윤리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오늘처럼 절기행사가 있으면 교회에 나가지요. 꼭 주일마다 교회출석을 해야만 크리스천인가요? 부모님을 모시지 않고 사는 자식도 자식이지요. 부모님 생신이면 꼭 찾아뵙는 자녀들처럼 무교회주의자들은 교회 절기에는 교회를 찾습니다. 미국에는 나처럼 교회출석을 안하는 크리스천들이 출석교인의 3배가 넘을 겁니다. 그래서 부활절에 교인들이 차고 넘치게 마련이지요.”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교회주의자들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교회주의자들은 교회를 건물과 조직으로 보지 않는다. 성도의 공동체가 교회라고 한다. 건물교회는 믿음을 얻거나 기독교를 배우기 위해서 그런대로 필요하다. 혼자서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면 구태여 교회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교회주의자들은 조직과 제도를 싫어하는 자유주의자들이다. 헌금도 자유스럽다. 신약시대 이후 헌금을 연보(offering)로 본다. offering은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기부금”(Contribution to others)혹은 “교회에 내는 기부금” (Church offering)이라고 설명돼 있다. 연보와 시주는 똑같이 offering이다.
돈(보물)을 하늘창고에 쌓아두라는 말은 교회에 헌금 많이 하라는 말이 아니다. 선한데 쓰라는 말이다. 하나님은 돈이 필요 없으시다. 대형교회를 짓거나 부흥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하는 야심 많은 인간목사님은 돈이 필요하다. 신(神)이 무슨 돈이 필요할까? 도깨비 방망이만 휘두르면 얼마든지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이 될 텐데!
그런데 무교회주의자들의 출현은 톨스토이나 우찌무라간조 처럼 사상의 산물이 아니다. 교회가 부흥되어 기업화 세속화로 타락 될 때 생겨나는 거부현상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교회대형화이후 무교회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무 교회신자들과 한국의 무 교회신자들은 다르다. 미국의 무 교회신자들은 절기에는 꼭 교회를 찾는다. 한국의 무 교회신자들은 절기에도 안 나간다.
부활절에 3.4배로 몰려드는 미국교회가 좋은 현상인가, 나쁜 현상인가? 부활절이 되고 성탄절이 와도 교인이 늘어나지 않는 한국교회가 좋은 현상인가, 나쁜 현상인가? 도대체 그 누가 이들을 교회 밖으로 떠밀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어렵게 발을 내딛은 귀한 한 생명들이 왜 교회를 떠났는지를.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떠나버린 자들을 찾아 헤매야 될 때가 아닐까?
이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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