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영적인 의미와 기독 경영
인류 역사상 지금과 같이 기업으로 대표되는 영리 조직(기업)과, 학교와 병원 등과 같은 비영리조직의 활동이 개인과 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적이 없었습니다. 가정주부와 어린 아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일터가 이곳이며, 이들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에 의해 개인과 사회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들 조직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발전 여부는, 경영자가 조직구성원들과 함께 이들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만족 할 수 있는 좋은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인 경영자들이 비그리스도인과 구별된 경영활동을 하기를 기대하십니다.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이 구별된 경영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힘겨운 실정이고, 그러한 관점에서 경영 현장은 치열한 영적 전쟁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세상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싸움에서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성령님을 통해 이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하도록 도우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진정한 승리를 거두었는지의 여부는 결과로서 세상적 관점의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동기와 과정에서 얼마나 하나님의 의를 먼저 구하는 지(마6:33)에 달려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경영활동(일)은 단순히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생계의 수단을 넘어서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영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그리스도인이 몸 담고 있는 경영 현장은 하나님께서 특별한 뜻과 계획을 가지고 부르셔서(소명) 보내신 곳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부르신 뜻과 계획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분별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며, 그 곳에 보내심을 받은 자로서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경영 현장에서의 이러한 노력은 거룩한 사역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그리스도인의 경영활동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으로 드리는 거룩한 영적 예배가 될 수 있습니다(롬12:1). 경영활동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가 되려면 경영활동이 정의로워야 하고 사랑이 실천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경영 현장이 돈을 우상화 하는 맘몬주의의 중심에 있는 상황에서 경영의 영역에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한 삶으로 드리는 예배는 참된 예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참된 예배는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눅10:27)”는 계명을 순종하는 것일 뿐 아니라 맘몬주의 등 현대의 집단적 우상숭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셋째, 그리스도인의 경영 현장은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하나님 나라이며, 경영활동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될 수 있습니다. 경영활동 과정에서 하나님의 인도와 다스림을 받으며, 세속적인 경영 문화를 변혁시키고, 복음 전도와 제자도를 실천함으로써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변화시키는 것은 경영 현장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게 하는 것이요,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경영자로서 전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으며 온전한 하나님 나라 백성다운 삶을 사는 모습입니다.
넷째, 경영활동은 하나님께서 경영자들에게 주신 달란트(재능, 시간, 재물, 믿음, 건강 등)를 잘 활용하여 하나님을 위해 많은 것을 남겨야 하고 이것을 하나님 앞에서 결산해야 할(마25:14-30) 인생의 중요한 사역지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와 경영 직위를 받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하나님 앞에서 결산할 때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마25:1-13).
다섯째, 경영활동은 매우 치열한 영적 전쟁 중에 있습니다. 이 영적 전쟁은 연약한 육신과 거대한 세상, 그리고 교활한 사탄과의 싸움이라는 삼중적 전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성령께서 우리 안에 내주하시므로 성령으로 말미암아 이 영적 전쟁에서 승리할 것입니다(갈5:16).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롬8:39).
2,700 여 년 전에 기록된 미가서의 말씀은 현대를 사는 최고경영자, 중간경영자, 또는 일선경영자로서 경영활동을 하는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경영활동을 수행해야 할 지를 다음과 같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미가서 6:8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첫째, 경영활동에서 정의를 행해야 합니다. 경영활동 과정에서 당면하는 정의롭지 못한 관행은 조직 내의 부당한 임시직 채용, 불공정한 평가와 보상, 여성 및 장애인 차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각종 불공정 거래, 독점 가격, 혐오 음란 제품의 생산, 환경 오염, 분식 회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도입하여 실천하면서 이러한 불의한 경영활동을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윤리경영을 실천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부족하여 기업의 비윤리적 관행들이 아직 남아 있으며, 보여주기식 윤리경영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경영자들은 자신의 직위에서 위에서 열거된 조직 내 불의가 개선 되고 조직의 경영활동이 온전히 정의롭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기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눅10:27)”는 계명이 가장 큰 계명이라고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여기서 사랑의 대상은 함께 일하는 동료, 고객, 주주, 거래처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도 포함됩니다. 우리나라 생산성본부가 2013년에 우리나라 7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외계층과 재해복구 등에 지원된 사회공헌 지출액이 3조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것은 2002년 이후 9년 동안 2.6배 증가한 것이며, 사회공헌 지출액의 규모는 매년 20%-30%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원 1인당 사회공헌 시간도 12.2시간이며 전년 대비 0.4시간 증가하고 있습니다.(1) 세상의 기업들도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스도인 경영자들은 동료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에 비그리스도인들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셋째,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겸손한 태도로 섬겨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13:4-15)고 말씀하십니다. 이미 세속적 경영의 리더십 이론과 실무에서도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탁월성을 인정하고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경영자야말로 섬기는 리더십의 역할 모델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진정한 의미에서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넷째, 경영활동 과정을 하나님께 의탁하고 하나님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 잠언 16:3은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경영활동은 또한 신전의식(神前意識, Coram Deo)을 가지고 경영하는 것, 즉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분별하며 경영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기수 기독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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