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신뢰도 3.2%
얼마 전 한 교단의 목회자 의식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지난 주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그 설문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결과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에 대한 것이었다. 그 질문은 ‘목사님께서 보시기에 현재 한국 사회에서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이 교단의 목회자들은 단지 3.2%만이 신뢰도가 높다고 대답을 했다. 또 이 질문에 보통이 24.0%, 그리고 신뢰도가 낮다가 72.8%에 이르렀다.
이러한 조사는 일반적인 인식보다도 훨씬 밑도는 결과이다. 작년에 발표되었던 기윤실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서도 19.4%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기윤실의 조사와 이번 조사와는 질문이나 대상이 달랐다. 기윤실의 질문은 응답자가 한국교회를 신뢰하는가를 물었던 것이고, 목회자 의식조사는 자신이 아니라 응답자가 생각할 때 한국사회가 교회를 신뢰하는지를 물었던 것이다. 즉 기윤실의 질문이 주관적인 관점에 대해서 물었다면, 목회자 의식조사는 객관적인 부분을 물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인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했던 조사에서도 19.4%가 긍정응답을 했던 것에 비하면 목회자들의 생각이 상당히 비관적이었던 것 같다.
실제적으로 기윤실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 신뢰도 조사에서 종교별로 보았을 때 기독교인들의 긍정응답이 적었다는 것이다. 즉 한국교회를 신뢰하는가를 물었는데 기독교인 중에서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47.5% 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회를 다닌다고 하는 기독교인들 중에서 자신들의 교회를 신뢰하는 사람이 절반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한국교회가 현재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박해가 있고, 탄압이 있다면 우리가 똘똘 뭉쳐서 이겨낼 수 있다. 심지어 안티기독교가 우리를 공격하고, 언론들이 기독교를 안 좋게 만들어도 우리가 진리라는 확신이 있으면 버티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옳은지, 또는 우리가 바른지에 대해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목회자들은 겨우 3.2%만이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대답을 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자괴감이 든다.
주님의 몸된 교회요, 순교자들의 피 위에서 선 한국교회는 결코 부끄러운 집단은 아니다.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교회를 위하여 희생하고 수고한 것들을 바라보면 결코 이 교회는 부끄러운 곳이 아니다. 근대 한국역사를 돌아볼 때 교회가 이 민족의 등불이었고 등대였다. 교회를 바라보며 이 나라는 희망을 얻었고, 생명을 얻었다. 나는 한국교회의 역사를 바라볼 때 자랑스럽고, 감동으로 가슴이 떨린다.
복음은 능력이 있다. 그것은 과거에 빛났던 추억의 산물이 아니다. 오늘도 복음은 살아있고, 능력이 있다. 복음이 우리를 다시 살리기를 바란다. 백여 년 전 빛났던 그 복음이, 이 나라를 살리고, 이 사회를 이끌어왔던 그 복음이 오늘 우리를 다시 세울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자랑스러운 한국교회를 위해, 아니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한국교회를 위해 오늘 다시 한 알의 밀알을 심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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