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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14]
 
 
 
     
 
 
 
작성일 : 15-03-16 18:17
   
더 진지하게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72  


더 진지하게


지난해 재의 수요일과 사순절 때 이야기이다.
올리브 기름에 섞어 놓은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으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지어다, 는 말씀을 재의 수요일에 들었다. 짧은 의식이지만 뭔가 모르게 숙연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잔잔한 속삭임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잿물이 너무 질척하게 개어진 탓에 이마와 콧등을 간질이며 흘러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와 섞여서 흘러내리는 올리브유를 닦아낼 휴지를 가지러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했다. 예배가 끝남과 동시에 여러 사람이 휴지를 찾아 허둥지둥 댔다. 어쩌나……


예수님이 겪으신 십자가의 고난, 예수님 때문에 어떤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나, 우리를 온전히 사랑하시는 예수님처럼 살고 있나, 이런 거창한 주제들은 흘러내리지 않는 재를 이마에 바르고 있을 지라도 음미할 여유가 없다. 이마에 그려진 검은 십자가는 영 어색해서 수요일 저녁예배가 끝나고 빨리 집에 가서 씻어야지, 하는 마음뿐이다. 그런데 얼굴 위로 줄줄 흘러내리던 비실비실한 잿물에 대한 기억 덕분에, 재의 수요일은 진작 지났어도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에 대해 한 번 더 묵상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렇게 사순절은 시작되었고 남편은 금식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교회 친교실과 교실을 늘리는 것이 간절히 필요하다면 하루에 한 끼, 금식한 끼니만큼 헌금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한 끼에 들어가는 식사 비용을 금식한 끼니 수대로 모아 건축에 필요한 헌금으로 드리자는 내용이었다. 교우들과 이러한 생각을 나누면 어떨까 물어왔다. 밥 굶는 것도 힘든데 굶은 만큼 헌금을 하라니, 난 관두라고 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에게 금식하라고 하면 힘들어서 일 못 한다, 이미 하루에 두 번만 식사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 무엇보다 나처럼 저혈압인 사람은 끼니를 거르면 까부라져서 안 된다, 며 오지랖 넓은 걱정을 쏟아냈다. 남편은 무엇인가 생각을 해 보는 표정이었다.


‘내 말이 그렇게 일리가 있었나?’
그러고 나서 돌아온 사순절 첫 번째 주일 예배 때, 남편은 금식에 대한 성경 본문을 가지고 설교를 했다. 얄미운 남편. 차라리 물어보지나 말고 설교를 하던지. 금식은 꿈에서라도 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금식이라는 말에 걱정부터 한 보따리 풀어놓는 믿음 없는 사람을 만들어 놓았다(남편에게는 이런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안다. 나 혼자 찔려서…).


금식은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설교했다. 하나님과 더욱 친밀해지고 자신을 향한 하나님 뜻을 분별하는 금식이 될 거라고 했다. 금식 기도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기도하는 것이기에 그 간절함이 더 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남은 사순절 기간 동안 자기를 위해, 교회를 위해 금식 하자고 설교를 했다.


금식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 알려주었다. 예수님처럼 사십 일 금식(이건 아무나 할 수 없다고 단단히 일러주었다), 다니엘처럼 물과 채식만 하는 열흘 금식, 에스더 같이 삼 일 금식, 그리고 몸 비우기 운동에서 하는 일 주일 금식도 예로 들었다.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금식하는 기색을 내지 말고, 금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으라는 마태복음 6장의 말씀도 함께 전해주었다. 본인은 하루 한 끼 금식을 해보련다고 했다.


남편은 점심을 먹지 않기로 했다. 그럼 나는 어쩐다…… 내 자신을 위한 금식이라면 꾸준히 밥 잘 먹으면서 기도하면 된다고 했을 것이다. 한편, 교회를 위해서라고 하면 조금 더 간절해지는 마음이 있긴 하다. 그래서 다니엘처럼 점심을 채식으로 하리라 마음 먹었다. 평소에 육류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그걸 절제하되 굶지는 않겠다는 속셈으로 채식을 선택한 것이었다.


점심 때가 되면 혼자 먹을 거리를 야무지게 준비했다. 아침에 먹다 남은 과일 조각에 어린 시금치 잎이나 양상추를 보탠다. 그 위에 우유로 만든 음식이니 채식이 아니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릭 요거트 두 숟가락과 마른 크랜베리 한 꼬집을 올린다. 말이 ‘절제’지 푸짐한 샐러드 한 접시가 되었다. 이건 틀림없이 금식과 상관 없이 한 끼를 해결하는 모양새였다.


또, 꼭 만나야 할 사람과 약속이 생겨서 점심을 먹게 되면 맛있게 먹겠다고 작정하였다. 사람을 만나 삶을 나누다 보면 홀로 조용히 샐러드 한 접시를 마주할 때와는 다른 은혜를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순절 동안 조~금 절제하는 한 끼 식사를 하겠다는 다짐은 상황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많은 나와의 약속 같지 않은 약속이었다.


사순절 기간 동안만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절제하면서 예수님의 고난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보자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제안을 듣기도 한다. 커피 안 마시기, TV 드라마 안 보기, 아이스크림 안 먹기(어느 어린이의 결심), 쇼핑 덜 하기, 낮잠 안 자기 따위다. 편리하고 가벼워 보이는 제안들 같아도 사십 일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마음에 정한 기도와 절제하는 삶을 얼마만이라도 살아보는 것이 일상 생활을 유지하며 기도하는 것보단 더 간절함이 있는 것 같다. 절제의 방법으로 선택한 야채 한 접시를 앞에 두고 보니, 한 끼를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기도를 드리고 있는 남편이 나보다 더 진지하게 여겨지는 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 다시 사순절을 살고 있다. 해마다 맞이하는 절기이지만 올해 사순절은 절박하고 뜨겁다. 나의 남편인 목사가 지금 교회에 부임하기 전부터 많은 교우들이 바랐고 지난해까지 해마다 건의했으나 번번히 좌절되었던 친교실 증축(대략 1024 스퀘어피트/29평)이 결정되어 진행 중이고, 새벽기도회에는 교우들끼리 서로 격려하여 열 명이 넘게 나와 교회가 새로워지고 자신의 믿음이 든든해지길 목놓아 기도하고 있다. 내년 사순절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자못 궁금하다.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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