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선물
하나 - 우리 아이에게도 순서가 온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친구들 중에는 고등학교 시절 모습 그대로인 친구도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참 많이 부족해보였는데 지금은 아주 멋진 중년 남자가 된 친구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고등학교 때는 꽤 뛰어난 친구였는데 지금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인생은 저마다 빛나는 때가 따로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지금 자녀를 보면서 가슴 답답해하는 부모님들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아직 우리 자녀의 순서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분명 자녀가 빛나는 때가 옵니다. 중요한 것은 순서가 올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그 기회를 잘 잡을 수 있는 지혜가 사람에게는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님은 조금은 속아주시고, 한 호흡 더 기다려주시고, 한 마디 더 자녀의 말을 들어주고, 자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아프지만 자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어나가셔야 합니다. 마치 지금 자녀의 모습이 인생 전체가 결정된 것처럼 당황하지 마시고, 어떤 결과를 위해 변화를 주려고 성급하게 움직이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잊어버리고 현재를 웃을 수 있는, 그러니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상황 한 가지쯤 만들어주십시오. 여행도 좋고, 운동도 좋고, 목욕을 하는 것도 좋고, 그저 멍하니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공연에 가서 함께 소리치며 노래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순간의 기쁨을 누리는 경험을 하면서 유머를 즐기고 인생을 엮어나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순서가 오면 절대로 놓치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녀와 만나시길 바랍니다.
둘 - 이 다음에 우리 무엇이 될까?
제 친구 중에 존경하는 목사님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함께 산책을 하면서 그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70이 되었을 때 만나서 ‘야, 우리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될까?’라고 이야기하자고 말합니다. 그 말을 할 때면 우리 두 사람의 눈동자는 불안마저도 아름답게 보이는 청춘의 눈동자를 서로에게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정해놓은 유언은 ‘이 다음에 무엇이 될까?’입니다.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도 설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자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들께서도 마음의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부모님들께서 삶이 다하는 날까지 스스로에게 속삭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될까?’ 그렇게 미래를 향해서는 늘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며 현실을 엮어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런 부모님과 함께 자란 아이들은 청춘, 그 푸르른 봄날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답니다.
문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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