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위한 ‘가구 만들기’를 그만 둔 이유
준비 없이 회사경영을 시작한 지 13년이 지났다. 수 년 전까지 결혼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직접 작은 가구를 하나씩 만들어주던 게 자랑이었다. 콘솔, 아이랜드 테이블, 화장대, 협탁 등 직접 만드는 가구의 가짓수가 늘어갔다. 선물 받은 직원들은 좋아했다. 나 역시 주말에 공방에서 가구 만들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속고, 직원들 역시 속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이 아닌 것으로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자만에 빠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는 것보다 직원들에게 더 진실한 복지는 없다. 오랜 기간 동안 경영자로서 ‘회개(Metanoia)’를 경험하지 않고 살아왔다. 이런 저런 좋은 행동들을 산발적으로 하면서 기업의 본질을 강하게 하려는 집중적인 노력을 뒤로 미뤄 두었다. 이런 자각은 나를 초조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다.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집행하던 사람에서 경영자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지난 3년 동안 뼈저리게 배우고 있다. 그 동안 조직을 무르게, 비본질적으로 방치했던 것이 부끄럽다
제대로 된 경영을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알게 된 것은, 세상에는 1) 본질에 기반한 제대로 된 경영학과 2) 처세술에 가까운 파편화된 경영학이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품질관리에 철학적,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데밍(Edward Deming)이 미국을 향해서 ‘미국은 우방 국가들에게 ‘미국식 경영’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수출하라’고 꼬집었다. 그가 한국에서는 별로 언급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피터 셍게(Peter M. Senge)의 The Fifth Discipline(제5경영)이라는 대단한 진리를 담은 책이 한국에서 절판되었다는 것도 안타깝다.
체스터 버나드, 피터 드러커, 에드워드 데밍, 피터 셍게, 엘리 골드렛 등의 경영학자들이 보여주는 통합적인 단순함을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KPI, MBO, 성과급제 등 현대경영의 비법이라고 취급되는 것들에 대해서 데밍, 피터셍게, 골드렛 등의 사람들이 ‘쓰레기’에 가깝다고 독설을 쏟아낼 때 나는 당황스러웠다. 경영학에 엄청난 혼란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았기 때문이다.
요리, 농사, 목공, 자녀 양육, 기업경영 등 모든 분야에는 관통하는 원리가 있을 것이다. 각각의 분야를 지배하는 강력하고 단순한 원리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리는 편법에 끊임없이 의존하고 흔들린다. 파바로티는 성악 발성의 가장 중요한 비결이 바른 자세라고 했다. 제대로 배운 이들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 책임을 맡았지만 어떻게 경영해야 할 지 몰라서 어려워하는 경영자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각종 꼼수와 부분적인 처세술이 난무하는 경영학 말고 강력하고 본질적인 경영의 원리와 기술이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가야 한다. 나와 같은 미숙한 경영자들이 미치는 해악이 너무 크다. 한국 사회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많은 이들이 기술(technology)을 이야기한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본원적인 태도와 지향점이라는 경쟁력은 다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최영우 / (주)도움과나눔 대표
Copyright © 기독경영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