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달기
정부에서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하는가 보다. 행자부를 비롯해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인사혁신처 등 10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다. 상가와 사무실 등의 민간건물에도 태극기 다는 것을 의무화한다고 하고, 아파트 등지에도 태극기를 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기게양식과 하강식도 공식적으로 실시할 모양이다.
신문에서 전하는 내용이지만 박대통령이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고서는 국기하강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가 보다. 이에 정부가 대대적으로 이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영화의 그 장면은 우리의 추억을 일깨우는 모티브이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한 풍자였는데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것이 좋게 보였던 모양이다.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상징이다. 우리 모두는 태극기를 보며 마음이 뭉클했던 추억의 한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올림픽에서 올라가는 태극기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울린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나타났던 커다란 태극기는 우리 모두의 뇌리에 깊이 자리 잡은 감동이었다.
그러나 태극기가 우리에게 강제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애국심’의 상징으로 국기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애국’이라고 하는 것과 ‘애국주의’는 구별되어야 한다. 마치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별하듯이 말이다. 즉 애국이라고 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한다면, 애국주의는 강요되어지고 조작되어진 생각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독일에서 13년을 살았다. 독일은 보통 국가주의의 상징인 나치로 기억된다. 그래서 이들은 민족주의가 강하고 국가주의적인 집단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독일사회에서 살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나타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거부한다. 실제적으로 독일에 사는 동안 한 번도 국기에 대한 경례라던가 애국가 제창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대학에서도 그렇고 아이들이 다녔던 학교에서도 이런 순서를 가져본 적이 없다.
또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국가라는 개념 자체도 희미해지고 있다. 유럽연합이 이루어지고 나서는 화폐가 통일되고, 국경도 사라졌다. 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면 현재 내가 어느 나라를 지나고 있는지 조차 모를 때가 있다. 특히 독일 남부에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지날 때면 국경을 몇 번이고 넘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어디서도 국경이라고 검문을 하거나 여권을 보자는 행위가 없다. 그러니 내가 지금 어느 나라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유럽의 한 귀퉁이를 다닌다는 개념뿐이다.
이러한 시대에 태극기를 앞세워서 국가주의를 부활시켜 보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그렇게 국민들에게 애국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내 삶의 모든 것을 드려도 아깝지 않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공동체를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애국은 자연스럽게 쫓아올 결과이다. 2002년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했던 태극기는 바로 그러한 바탕에서 부활될 것이다.
조성돈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